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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포커스 - 비엔나의 하루 ; 코로나 시대의 일상
글·사진_ 조서연  |  ssyy98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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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승인 2020.05.04  13: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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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나를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 비엔나에는 도나우, 신 도나우(Neue Donau), 구 도나우(Alte Donau), 이렇게 세 가지 이름의 도나우 물줄기가 흐른다. 도나우는 비엔나 뿐만 아니라 독일부터 시작해 헝가리 등 다른 나라들까지 이어지는 강줄 기의 이름이고(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도나우는 도나우 강줄기가 범람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만든 운하를 일컫는다. 구 도나우는 신 도나우 이전에 사용하던 운하인데, 현재는 운하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흐르고 있다. 여름이 되면 신 도나우에는 가게들이 줄지어 문을 열고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벼 비엔나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 된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 통제령이 시행된 지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지난 몇 주간 외출 이라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강가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 것뿐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자연히 음식을해 먹는 데 들이는 시간도 늘어났다. 요즘 유럽의 상황을 접한 한국의 지인들에게서 연 락을 받을 때마다 무사한지, 요즘 뭐 하고 사는지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나의 답변은 ‘밥 해 먹는 재미로 산다’였다.
 먹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식사는 언제나 그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땐 바쁘거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 종종 대충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이곳에 오고 난 뒤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하루의 필수적인 일과가 되어버렸다. 한국에 비해 외식비는 상당히 비싼데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들은 오히려 저렴해서 밖에서 사 먹는 돈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였고, 이곳에서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으니 밥이라도 잘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 감이 또 다른 이유였다. 무엇보다 어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할 일의 전부라 요리하는 시간은 잠시 머리도 식히고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이 취미를 기꺼이 양보하고 바쁘게 생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엔나에 오기를 결심할 때부터 어학원을 다니면서 일을 하려는 계획이었기에 시간이 넉넉하게 느껴질수록 오히려 마음은 조급해졌다. 하지만 한창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을 때쯤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나의 계획은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들, 일을 구하는 것, 주변 나라들로 여행을 가는 것, 아직 가 보지 못한 비엔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 등등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더 오래 생각 하는 것을 멈추려고,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요리들에 도전했다. 피자를 도우부터 반죽해 구워내고, 만두소와 만두피를 만들고, 칼국수 반죽을 밀대로 펴고 썰었다. 그렇게 하나씩 요리들을 완성해내면서 내가 이런 것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록 그게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해내지 못했던, 앞으로도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성취하는 것은 충분히 값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발견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음식이라는, 일상에서 소소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으로 살다 보니, 내가 이처럼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 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 에도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것,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집이 있는 것, 온라 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건에 있는 것, 그리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햇빛을 쬐고 창밖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것. 종종 이들이 내가 가진 특권처럼 느껴진 다. 하지만 특권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들은 모두가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에 가깝지 않을까.
 요즘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같은 제목을단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그 제목처럼, 나는 우리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졌으면 좋겠다. 바이러스는 공평하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려가며 공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이짜 놓은 질서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미래는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이 사태를 경험한 우리 모두가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누군가의 삶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 한다면, 그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방치한 구조의 문제라는걸 인식한다면, 무엇보다도, 이 사태가 지나간 후에도 우리가 이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다른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 글·사진_ 조서연

※글쓴이는 두꺼비마을신문 제1기 어린이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연극을 전공하는 대학생 (휴학생)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현지에서 기고해 왔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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