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퍼머컬처1.5’ 마을연구회 멘토 정호선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 한국, 일본 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 오염된 지구에 기후 변화나 바이러스의 역습이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런 현실을 막지는 못했지만 누군가는 예견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이미 행동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두꺼비마을에서도 2019년 ‘에너지퍼머컬처 1.5’라는 마을연구회가 결성되었다.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이 마을에 기후행동의 등대가 되어 ‘에너지퍼머컬처 1.5’ 연구회를 이끌어 준 정호선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에너지퍼머컬처 1.5’란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꾸며 지구 온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실천하며 지구를 보살피려는 마을사람들의 모임이다.


정호선의 시작!
  “2008년쯤이었던가? 대전에서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엄마였어요. 육아 중에 우연히 책을 읽다가 사회구조적 문제가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환경의 ‘환’자도 몰랐지만 환경문제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이사 올 예정이었던 청주의 환경교육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환경강사 양성교육’을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지역내에 기후운동이나 에너지교육이 일상화되지 않았었죠.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다니며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세미나, 심포지움, 강연 등을 찾아다니고, 에너지자립마을이나 에너지 프로그램이 있는 곳은 몇 년 동안 계속 다녔었어요. 이를테면 강원도 원주, 전북 부안, 경남 산청, 임실 등 뭐 그런 곳들이요.”


행동개시, 끝없는 움직임
  “공부를 하다보니 기후변화는 단순히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만이 아니라 사회전환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는데, 그 당시에 저는 원전에 대해 전혀 몰랐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에너지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가 2012년 서울에서 진행하는 탈핵학교 1기생으로 참여했고 같은 해 11월 청주에서 탈핵학교를 열었어요. 그 때 수강생들과 함께 2013년 ‘핵없는 세상을 만드는 충북사람들’ 모임을 만들었어요.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방사능 급식관련조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청주에서도 방사능 식재료 문제를 다루는 강의를 열고 ‘충북교육청은 방사능식 재료를 넣지 말라’는 내용의 기자 회견도 열었지요. 너무 과한 불안이고 공포심을 준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방사능 안전 급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사안이라 생각했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제안하여 2014년 2월 청주에서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한 충북사람들’을 출범하고 2015년 6월 충북도교육청의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에 관한 조례안’도 도의회를 통과했어요. 방사능 관련 먹거리에 관한 강의, 캠페인이나 토론회, 탈핵영화 상영회 등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했었어요. 시민들에게 탈핵을 홍보하고 강사가 되어 전국을 찾아다니며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지요.”
 정호선 선생님은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에너지교사로 활동하며 청소년 에너지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탈핵’이란 주제가 너무 무섭고 무거운 주제라 이를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고 싶어 태양열 조리기로 식당을 여는 ‘해바라기 식당’을 열게 되었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많게는 50여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태양열 식당이다. 선생님은 해가 좋은 날이고, 누구든 불러주면 태양열조리기를 들고 달려가곤 했다. 그 당시 산남동에서도 탈핵 캠페인을 하면서 산남동과의 인연도 시작되었다.
 그 인연으로 2017년 5월부터 1년간은 두꺼비마을신문 업무팀장으로도 재직했었다. 지금은 충북녹색당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10여년 전 기후변화 문제의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환경운동을 지금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인 위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17개단체와 연대하여 ‘921기후 위기 충북 행동’을 만들어 기후 위기를 알렸고, 2020년 2월 12일 충북지역 20여개 단체와 ‘충북 기후 위기 비상 행동’가 출범되어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기후위기를 알리며 청소년 기후 행동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선생님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직업은 주부이고, 특기활동으로 환경운동 아닐 까요?” 라고 되묻는다.

환경운동, 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위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냥 알게 되니 가만히 있을 수만 없었어요. 그냥 설명하면 잘 전달이 안되니까 재미있게 함께 즐기면서 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기도 하고 더 많이 알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자는 시작이 지금까지 왔어요. 달라진 건 처음엔 혼자라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평범한 일상에 젖어 있다가도 이제 정말 지구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에 주저하기가 어려워요. 에너지퍼머컬처 1.5를 진행하면서 산남동 사람들의 마음도 제 마음과 같다는 걸 느꼈고 작은 노력부터 함께 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변화를 보면서 빛을 보았습니다.
 지구 온도 2도가 올라갔을 때를 상상하기보다는 차가워진 지구를 기대하고 상상하는 방법으로 함께 지켜내기를 바랍니다. 재미있게 배우고 신나게 실천해서 내가 차갑게 만든 지구를 자랑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급하지만 제대로 해볼게요.”


또 하나의 이야기
 바쁜 걸음을 조절해 주는 고마운 아이가 있다. 희귀난치 병을 앓고 있는 늘 아픈 손가락인 작은 아이다. 발병했던 4 살이 될 때까지 너무나 잘 자라주던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픈 마음에 안 해본 치료가 없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 이후로는 온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란다. 온종일 붙박이로 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활동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많은 일을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말이다. 마음 먹은 건꼭 하고 마는 그녀를 위한 가족의 배려, 그리고 오히려 아이가 빠른 발걸음을 지치지 않게, 오래 할 수 있도록 조절해 준것이 아닌가 싶었다. 체스, 그림, 수준급의 종이접기, 운동등 잘하는 것도 많고 엄마가 없으면 혼자 계란후라이에 라면도 척척 끓여먹으니 걱정 없다가도 아픈 아이의 엄마로서 소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단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세상이 더 건강해져야 한다며 힘을 낸단다.
 언제나 선한 웃음을 장착하고 있는 선생님. 인터뷰를 하며 그 이유가 그녀가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제대로 한번 얼굴을 찌푸릴 줄 모르는 그녀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꾸준히 걸어간다. 전국적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은 한때 선생님을 청주댁이라고 불렀단다. 무슨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소속도 없이 청주에서 혼자 참여하고 조용히 있다가 가곤 해서 말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 올해의 인물’로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툰베리에게도 마법같은 해법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툰베리는 지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전 세계적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탈바꿈하는 일에 성공했다.”고! 청주의 기후행동의 시작과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는 정호선 선생님. 그녀가 충북의 그레타가 아니라 그레타가 독일의 청주댁이지 않을까? 힘들었지만 걸어온 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는 생각을 함께 하고 길을 나설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업으로써 온전하지 못한 이 일에 다른 사람을 막데리고 갈 수 없는 날은 씩씩하게 혼자라도 간다고 한다. 우리마을 인물백과사전이 명명하고픈 정호선 선생님의 직업이 생각났다! 언제나 에너지가 빵빵하게 완충된 ‘태양광 러너’~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정호선 선생님의 웃음이 태양광처럼 전파되어 지구가 행복 해질거라 믿고 바란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