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신선하게 들린 말이다. 친구나 만나고픈 사람을 멀리하게 되는건 아쉽지만 우리 주변엔 ‘일로 만난 사이’도 꽤 많은 편이다. 3월이면 각종 모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회의가 진행되는 시기다. 하지만 예정하고 있던 많은 모임과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그래도 사회는 돌아가야 하기에 비대면 서비스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의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요 근래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었더니 모임이란 것에 대해 물음표가 떠올랐다.
1. 모임이 중지되어 답답함을 느끼거나 업무가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는가? 2. 사회적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정말로 거리를 두어도 괜찮겠다는 모임이 생기진 않던가?

 이렇게 만남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오히려 본인이 관계 하고 있는 모임에 대한 정체성을 묻기에 아주 적합한 때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모임을 위한 모임이 지나치게 많다. 계속해서 참여했지만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기억나지 않거나 모임을 떠올렸을 때 그저 밥먹고 오는 곳이란 생각이 직감적으로 드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누군가의 간곡한 부탁으로 가입한 OO위원회는 1년째 연락이 없다. 위촉장까지 받고 사진 까지 찍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모양이다.
 지역사회 모임은 중요하다. 이곳 두꺼비마을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우리 주변의 상당수는 모임으로 구성되고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름뿐인 모임도 많다. 무릇 행정이라 하는 것은 진정 구성원의 힘을 빌리기보다 구성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 모임 자체가 성과이자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우후죽순 생겨난 모임에 이별을 고하는 것은 어떨까.
 모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소통과 참여는 모임이라는 형태가 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목적도 알 수 없는 모임에 대한 회의감은 결국 구성원들의 노력이 적절히 발휘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모임에 참여하면서 개별 모임 들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꾸준히 가져왔다. 하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 상황은 구체적인 목적과 목표를 상실한 채 친목 도모가 우선시되는 형태로 전락했지만 ‘명분상’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임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것은 사회의 요구도, 모임의 장이 주장할 일도 아니다. 모임의 필요성? 스스로 판단하자.

▲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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