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분주한 출근 시간. 옷장을 뒤적거려 깊숙이 숨어있던 청재킷을 찾았다.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부서 사무실 단톡방에 ‘수청데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 주의 딱중간인 수요일, 편안한 청바지 차림의 출근 미션이다.
 바쁜 시간이라 그런지 메시지 옆 확인 숫자 줄어드는 속도가 느리고 답글을 올리는 사람도 두어 명뿐. 다들 어떻게 받아들일지 감이 오질 않아 살짝 염려가 되었다.
 다른 날보다 일찌감치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청바지를 입고 사무실에 들어선다.

 “어머, 청바지 진짜 잘 어울려요.”
 “아침부터 청바지를 한참이나 찾았다구요.”

 짧은 환호성과 까르르 긴 웃음이 이어진다. 갑작스런 제안에 호응해준 동료들이 고마워서 점심시간에 초콜릿을 사왔다. 작은 초콜릿 하나를 받고 함박웃음으로 돌려준다.
 며칠 전 전체 메신저로 수요일에 그림책을 읽고 비경쟁독서토론 해보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 무로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여럿이 마음을 낸다. 함께 읽은 그림책은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 이다. 백만 번이나 죽고서도 백만 번이나 다시 살아난 고양이. 백만 명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언제나 누군가의 고양이로 살던 고양이는 드디어 어느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를 만나 늘 곁에 붙어있게 되었고 귀여운 새끼들을 낳았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숨을 거두고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백만 번이나 울고 나서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고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
 사람들과 둘러앉아 소감을 나누고 함께 질문을 만들어 서로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일에 쫓겨 이야기 나누기 힘들었던 동료들과의 수다는 배움의 기쁨을 넘어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청주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교육지원청 근무는 처음이라 잔뜩 긴장이 되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학교와 달리 수직적인 업무 조직과 문화, 쏟아지는 민원, 산더미 같은 행정 업무가 기다린다는 괴담도 숱하게 들어왔다. 3주가 지난 지금, 괴담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림을 확인하고 있다. 사무실과 동료들이 아직 낯설기도 하지만, 이곳은 나의 일터이자 삶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일은 집에서 우쿨렐레와 아끼는 악보들을 가져다 놓으려 한다. 점심시간 함께 노래 한 곡 하는 여유와 연대가 일터에서의 어느 멋진 하루를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된다.

▲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 산남퀸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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