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2월은 언제나 어수선하다. 지난 학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기간이며 동시에 선생님들의 학교 간 이동이 이루어진다. 나 또한 3월 1일자로 청주교육지원청으로 이동을 하게 된 터라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다.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마지막 연수는 첫 발령을 앞두고 있는 신규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다. 여러 선배 선생님들이 몇 날 며칠을 따로 모여 회의를 하고 신규 선생님들을 위한 강의와 워크숍, 환영 공연을 준비했다. 교사로 첫발을 내딛는 선생님들과 만날 설렘으로 피곤한 줄 모르고준비한 연수였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여파로 연수 직전에 집합연수 취소를 전격 결정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안전을 우선으로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
  신규 선생님들의 집합연수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다시 서둘러 원격연수와 과제연수를 준비했다. 연수원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정성껏 준비한 연수 자료집을 올려두었고, 과제로 ‘왜 선생님이 되었는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성찰하는 글쓰기와 ‘수업과 학급운영 계획 세우기’를 제시하였다. 연수와 관련해 문의를 하는 신규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밝고 유쾌하다. 합격 축하의 말을 건네면 더 환한 웃음소리로 화답한다.
  오늘, 갑작스레 조정된 연수를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던중 특별한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저는 신규교사이고 시각장애인입니다. 제가 연수 과제를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의 PDF파일을 한글 파일로 변환하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차분하고 예의바른 신규 선생님의 요청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연수 자료집을 올릴 때 용량을 줄인 PDF(PortableDocumentFormat) 파일을 사용했다. 컴퓨터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읽고 씀으로써 소통하는 세상을 꿈꾸던 염원으로 탄생한 한글이다. 읽고 쓰는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또 다른 공간이 요즘의 SNS(SocialNetworkService)다. SNS에서 사람들은 이미지와 짧은 글을 통해서로 연결된다. 이 속에서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까? SNS에 사진을 업로드할 때 대체 텍스트 기능을 이용하면 사진에 대한 설명을 입력할 수 있고, 화면 낭독 프로그램으로 시각장애인들도 SNS에서 소통할 수 있다. 작은 배려와 관심을 키우는 것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문자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던 한글 창제의 뜻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아이들과 첫 만남의 시간을 신규 선생님들은 평생 잊지못할 테지. 속속 올라오는 신규 선생님들의 진지한 성찰의 글과 수업 계획을 읽으며 때로 웃고 때로 뭉클하다. 그 속에 비장애인 선생님도 시각장애인 선생님의 글도 있다. 선생님이 만날 아이들도 그렇게 다양할 테지. 3월 모두의 힘찬 첫 출발을 응원한다.

▲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산남퀸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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