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준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산남계룡리슈빌)

신형 독감 바이러스 이야기가 하루 종일 언론을 독차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시민이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2019년 연말에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해서 큰 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코로나19’이다. 이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염기서열이 다소 바뀌면서 늘 출현해왔었던 것인데 ‘신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인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정말 처음 보는 신종이라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가 학생 때 보던 미생물학 교과서에도 있었다. 이것은 신종이 아니라 변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WHO에서는 ‘이번에 새로 유행하는’이라는 의미로 ‘new’ 또는 ‘novel’이라고 쓴 것을 누군가 신종으로 번역한 것이다. 중국에선 뭐라고 부르나 찾아봤더니 ‘新型冠状病毒 ’이라고 되어 있다. ‘코로나’가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라 ‘관상’이고 ‘병독’이 ‘바이러스니’까 ‘신형코로나바이 러스’가 되겠는데 ‘신종’이라는 말보다는 ‘신형’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러스 이름에 신종이라는 말을 쓰게 된 역사는 11년 전의 신종플루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말은 어떤 언론사의 기자가 쓴 말이 일반명사화된 것인데 이것 역시 엄밀하게 보면 변종이지 신종은 아니었다. 우리 언론사의 센세이셔널리즘 때문에 신형을 신종이라고 쓰는 습관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40년 전의 교과서에 실린 사진에는 이 바이러스가 ‘왕관(corona)’처럼 보였는데, 요즘은 현미경 기술이 좋아서 왕관이라기보다 ‘울퉁불퉁한 공 모양’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바이러스 종류를 빨리 진단할 능력도 없고 또 안다고 해서 특별히 치료방법이 달라질 것도 없으니 굳이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독감 바이러스라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바이러스 동정기술이 좋아져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였는데, 이번의 코로나19는 감기라고 부르는 상기도(코, 인두, 후두)감염에서 하기도(기관, 기관지, 세기관지)를 거쳐 말단 폐포로의 감염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특징 때문에 우한에서 '폐렴바이러스'라고 부른 것일 뿐인데 완치자를 보면 실제로 폐렴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중국에서는 사망률이 2%가 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 이하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독감 바이러스가 0.5~1%의 사망률로 보이는 것에 비하면 조금 높은 편이지만 호흡기감염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보면 매우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 정말 무서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끔 출현했었다. 2003년의 SARS나 2015년의 MERS도 원인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 마스크가 동이 난 동네 약국

 

사망률과 전파속도는 반비례한다
  심하게 앓거나 사망률이 높은 바이러스는 전파가 어려운데 반해 가볍게 앓고 지나가거나 위중한 상태로 가지 않는 바이러스들은 감염자들이 걸어 다니기 때문에 쉽게 전파된다. 전파 속도나 앓는 정도는 11년전 신종플루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심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다만 다행 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소아에서는 심하게 이환(罹患)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종플루는 어린 나이에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는데 코로나19는 40세 이하에서는 심하게 앓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특징은 다른 독감 바이러스보다 걸어 다니는 전파자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가래 등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의 양(titer)이 증상의 절정기 때보다 오히려 약간 목이 칼칼한 정도 경미 증상기(약 4일 정도)에 많다. 감염력은 감염자 1명이 2.2명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일반 독감이 1.2 정도의 감염력을 보이는 것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경각심이 높지 않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았던 초기의 상황이므로 전파속도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

외신이 한국의 바이러스 관리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중요한 이유
  나는 30년 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바이러스를 이용한 신경로 연구에 몰입했었다. 당시 신경세포에 친화력을 가진 바이러스를 사용했었는데 그때 의외로 바이러스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흡 점막에 친화력을 가진 코로나19는 피막 단백질과 단일 RNA사슬이라는 유전정보만 가진 입자이다. 세포를 떠나서 외기로 나오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빨리 다른 호흡 점막에 안착해야 살아갈 수 있다. 햇볕에서는 몇 초 만에 분해되고 외기 온도가 20도만 되어도 수분 내에 분해된다.
  방역 당국으로서는 다닥다닥 붙어 앉았던 특정 종교 집회를 통해 대구·경북 등 우리나라 일부 지역사회에 갑자기 전파된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은 세계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바이러스 검사비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속도나 절차도 느리고 복잡한 진단 검사가 2천 건이안 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무료로 신속하게 진행해서 바이러스 검사 건수가 5만 건이 넘었고 결과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공표를 하고 있다. 이것이 외신이 한국의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중요한 이유다.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빨리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비말(날아가는 거품, 침방울 튀는 것)을 통한 전파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법 -- 마스크와 안경 착용, 음식 따로 덜어 먹기, 손 씻기 등을 실행하면서 지내다 보면 조만간 날씨 따뜻해질 것이고 햇볕과 기온이 바이러 스를 쉽게 분해시킬 조건을 만들어주므로 여느 독감 바이러스처럼 결국 지나갈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예전에도 늘 그래왔듯이 몇 년 주기로 변종 바이러스들이 출현하고 반복될 일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만년 밖에 안 되는 호모사피엔스 역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구한 시간 동안 바이러스는 동물들 사이를 오가면서 변종을 만들어서 존재하고 있다. 인간도 동물계의 일원이고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긴 후 몇 년 뒤에는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를 만나게 되어 있다.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안 가져서 그렇지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도 사망하는 기전은 대부분이 폐렴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기존 독감 바이러스로도 연간 1만명 정도 사망한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2천 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리고 언론은 센세이셔널리즘 때문에 더 비관적인 점을 부각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자기 전문분야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대중의 공포를 확대하는 속성이 있다. 이것을 테크노크라시, 기술자주의라고 ‘기술자 권력화’를 의미한다. 지금 기억이 잘 안나겠지만 신종플루 때도 그랬다. 그러니 각자 개인위생을 지키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물 자주 마시고 단백질 위주의 고른 영양 섭취를 잘 하면서 조심은 하되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자. 두려움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좋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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