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잦은 태풍과 궂은 날씨가 많았던 올가을이었습니다. 추수를 앞둔 농부의 마음을 아는 듯 청청한 가을볕을 보여주는요 며칠 동안, 전원생활 6년 차, 이제야 흙냄새를 조금씩 알아가는 소소한 농부도 가을걷이를 서두릅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부부는, 은퇴 후엔 시골로 가자는데 뜻을 같이하고 발품 끝에, 이곳 갈원리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연한 로망만으로 시작한 시골살이에는 항상 삽과 괭이를 들고 흙을 가꾸어야 하는 익숙지 못한 노동의 고단함이 있었습니다.
이웃분들의 친절한 가르침에도 왜 그리 서툴고 힘들기만 하던지요. 매일매일 호미와 낫을 들고 부지런을 떨어도 잡초들의 그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할 뿐, 이겨낼 도리가 없었지요.
예초기를 몇 개나 바꾸고 나서는 초록색 잔디밭이 애물단지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간 속에서 도시에서의 편리한 일상 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주변의 많은 것들이 내 것인 양 편해졌습니다.
올해는 고구마 줄기가 너무 무성해서 수확량이 많지 않군요. 모처럼 놀러 온 5살짜리 손자놈도 고구마 캐기를 돕는다고 호미를 들고 나섭니다. 비록 우리 가족 먹거리 만큼의 작은 텃밭이지만 내가 수고한 참깨, 들깨, 감자, 고구마 등을 먹을 수 있고, 또그것을 지인들과 나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는 마당의 잡초들과 적당히 공존하는 여유를 부리는 전원 속의 나의 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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