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같이 소유해보시죠?

놀라지 마십시오. 지난 여름부터 산남동 샛별초등학교와 주위의 아파트가 만나는 하천길과 골목길은 제 소유의 땅입 니다. 그래서 늘 이 길의 소유주로서 걷고, 지켜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소유한 땅을 바라보는 느낌과 감정은 남의 땅을 볼 때와는 많이 다름을 처음으로 느꼈다고나 할까요.
글쓴이가 이 땅을 소유하게 된 방법은 단순합니다. 동네 길을 청소하다보니 그 길이 ‘우리의 길’이라기보다는 ‘내 길’이 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 가끔 동네 길을 걸으며 버려진 휴지를 주웠 습니다. 가끔 생각나거나 시간이 날 때 불규칙적으로 하던 휴지 줍기를 지난 7월경부터 거의 매주 주말에 휴지를 줍고 있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시킨 다음 휴지를 줍고 있죠. 저녁에 술을 먹고 늦게 일어나기 일쑤 여서, 아침이라기보다는 오전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쓴이가 휴지를 줍는 길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대원칸 타빌 2차, 계룡리슈빌, 부영, 현진에버빌 아파트와 샛별초등 학교를 잇는 '진리의 길', '창조의 길', 하천 둘레길이 전부입 니다. 이 길을 청소하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두 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 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운 휴지를 분리수거하고, 샤워하고 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넉넉잡아 두 시간 정도는 소요되기 는 합니다. 또 한 주를 건너뛰고 나면 줍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휴지를 줍는데 필요한 도구는 단순합니다. 집게, 20리터 쓰리기 봉투, 분리수거용 비닐 봉투,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긴 장대가 전부입니다. 장대는 철물점에서 구입한 1.5미터 정도 되는 나무 봉입니다. 그 끝에 못을 박고 구부렸습니다.
수풀 속에 들어있는 휴지, 캔, 병 등을 꺼내는데 유용한 도구 입니다.
20리터 쓰레기봉투가 꽉 차는 것은 아니어서 집에서 나온 쓰리기도 함께 넣어 제가 사는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분리수거용 비닐 봉투에 담긴 캔, 병, 플라스틱 등은 아파트 공용 수돗가에서 씻어서 분리수거합니다. 시간에 쫓길 때는 플라스틱을 잘 씻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한 씻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내가 주로 산책하는 길을 청소하다보니, 누구나 사용하는 공유지인 이 길이 저의 개인 소유의 길처럼 느껴집니 다. 내 것으로 생각될 만큼 애착이 생겼다고 할까요? 물론내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불만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길이 남의 것이라서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꼭 내 소유물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비록 내 길이지만, 이웃에게 흔쾌 히 나누어 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듯합니다. 내 마음속에는내 것인 이 길로 가족들이 단란하게 지나다니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놀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베풀어서 이웃들이 누리는 행복이라는 착각도 잠시 하게 됩니다.
이 길에서 휴지를 줍는 데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하천의 나무 수풀 속에 던져 버려서 꺼내기 어려운 쓰리기는 난감합 니다. 꺼내지 못하면 제 마음이 안달이 납니다. 또 동네 빵집인 브레드 홈 맞은편의 '창조의 길' 끌에 있는 작은 전기 시설물 주위에 휴지 봉투에는 담을 수 없는 큰 쓰레기들이 늘 싸여 있습니다. 어찌어찌 버려도 또 생깁니다. 제 힘으로 처리 하기에는 너무 커서 남겨 놓지만, 마음 한 구석이 늘 찝찝합 니다.
제안합니다. 우리 함께 동네 골목길을 소유해봄은 어떨까 요? 흔히들 젓가락 하나 꼽을 땅도 없다는 자조적인 말도 하는데, 마음속에 너른 땅을 가져보죠 뭐. 사실, 실제 서류상으로 땅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도 소유의 의미는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 걱정 없다'는 심리적 소유의 뜻이 강하지 않을까요? 심리적 소유가 큰 의미라면, 세금도 없고 땅값이 내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 골목길을 같이 소유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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