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루터기 아래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과 전례만 고집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것을 비웃는 말이다.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밭일을 하고 있을 때 토끼 한 마리가 무엇에 놀랐는지 황급히 뛰어가다가 나무의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것을 보았다.
농부는 나무 그루터기 밑으로 다가가 죽은 토끼를 집어 들고 기뻐하면서 생각했다. “토끼가 뛰어가다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줄을 일찍 알았더라면 이따위 농사 같은 것은 짓지 않았을 텐데…. 괜히 힘들게 고생을 했구나.”
이때부터 농부는 농사를 그만두고 날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뛰어와서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 후 토끼를 한 마리도 얻지 못하고 농사만 망쳤으니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편에 나온다. 한비가 살았던 시기는전 시대(時代)에 비해서 기술도 진보하고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사회의 성격도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정치가 중에는 옛날의 정치가 이상적이라 하여 낡은 제도로 돌아갈 것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비는 요순(堯舜)의 이상적인 왕도 정치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 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한비가 말한 ‘수주대토’는 낡은 관습을 고집하여 지키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옛날에 훌륭한 것이었다고 해서 그것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나무 그루터기 밑에서 토끼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한비는 주장(主張)했다. 오두는 다섯 가지(나라를 좀먹는) 좀으로 학자(學者) 논객(論客) 협사(俠士) 측근(側近) 상공 인(商工人) 등의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말했다.
오늘날에는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세상사에 어둡고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엉큼한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 문연 이화수(남이황금길소식 기자, 전 장신대학교 자연치유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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