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정형화된 이미지의 유토피아로남아있다. 지금 우리는 통제와 획일성의 교육이 아닌 자율과 다양성의 교육 자치를 꿈꾼다.
유토피아를 넘어 현실의 교육 자치를 꿈꾸는 것이다. 그 바람을 ‘자치와 혁신, 교육이 지역을 살린다’는 슬로건에 담은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가 지난 8월 7일부터 9일까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렸다.
3일간의 콘퍼런스 중 마지막 날 야콥 헥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달려갔다. 다른 일정으로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강의는 이미 시작되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넓은 강연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배우는 것이 좋아서 학교를 떠났습니다.”
허둥지둥 자리에 앉자 동시통역기를 타고내 귀에 들려온 첫 마디가 충격이었다. 이스라엘 하데라 민주학교 설립자인 야콥 헥트(Yaacov Hecht)는 어렸을 때 심한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은 부적응아였다. 야콥 헥트는 학교를 왜 가는지, 세상과 학교의 격차에 대한 의문으로 열여섯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배우는 것이 좋았던 어린 야콥 헥트 에게 학교는 배움의 기쁨이 아닌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다. 야콥 헥트는 학교 밖을 나가 자신을 위한 삶을 개척하는 길을 선택했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없애기 위해 1987년 민주 학교를 세웠다. 이제는 이스라엘 전역에 30여 개의 민주 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변화까지 만들고 있다.

“우리들 각자는 각기 다른 영역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교육 체제는 모든 개인들을 ' 상자'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상자' 안의 삶에서는 개개인의 독특함이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사실 상자는 '상자'가 아니라 '피라미드'입니다.”
사람은 생각, 개성, 외모 모두 다르므로 하나의 똑같은 방향으로 교육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상위 1%의 인재만 인정받고, 하위권 학생들은 자괴감에 자신만의 세계에 닫히게 될 수도 있다. 야콥 헥트가 적응하지 못한 틀에 박힌 학교의 모습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 기도 하다. 학교라는 좁은 교육 틀 속에서 학업에 지쳐가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모든 사람은 훌륭합니다! 진정한 성공이란 자신이 스스로 느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힘이 생기고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긴 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육자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야콥 헥트의 말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무지 개처럼 다양한 빛깔의 우리 아이들이 떠오른다.
 

▲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 산남퀸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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