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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할 시간을 주는 학교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 산남퀸덤 주민)  |  zooni2000@cb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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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승인 2019.08.09  1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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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를 출발하여 2시간 거리. 가는 길이 곱지만은 않다. 꼬부랑 고개를 몇 개나 넘고서야 제천 간디학교에 도착했다. 좁은 1차로 길 옆으로 학교로 진입하는 길은 그보다 더 좁아 버스가 들어갈 수 없다.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걷는 길이 푸르고 한적하다. 학교 건물에 비하면 제법 큰 운동장 가운데 ‘왔슈?’ 라고 쓰여 있는 입술 그림의 환영 인사에 슬며시 웃음 이 번진다.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오늘 찾은 곳은 제천 간디학교다. 같은 충청북도임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인지라 큰 마음먹고 탐방연수를 추진 하였다. 간디학교는 20년 넘게 대안적 가치를 꿈꾸며 실현해 온 비인가 대안학교이다. 이름 에서 보여주듯 간디의 불복종 정신으로 기존 교육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앎과 삶이 일치되도록 노작과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고 학교 안팎에서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간디학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 기초적인 식의주 해결 능력인 농사, 목공, 음식, 옷 만들기, 집짓기 등을 필수과정으로 한다.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 이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교 밖체험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움직이는 학교(Moving School), 테마 답사여행, 문화체험, 봉사활동, 사회참여, NGO 체험, 공동체 체험, 인턴십을 추진한다.
간디학교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다. 대학진학은 수많은 삶의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다. 고 3에 해당하는 6학년에는 인턴십, 인문학 캠프 등의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졸업 후 각자 준비하여 진학한다. 중학교는 고등학교로, 고등학교는 대학으로 진학만을 위해 달려온 기존 학교의 모습으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간디학교 구성원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생태화장실을 사용한다. 수세식 화장실만 사용해 왔을 어린 학생들이 불편할 만도 한데 얼마 전 화장실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 에서 생태 화장실을 계속 쓰자는 의견이 70% 가 넘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지난주까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6학년 학생 중 2명의 남학생이 우리를 위해 인턴십 참가 소감을 들려주었다. 여러 선생님들의 질문 공세에도 편안하고 여유 있게 답하는 모습이 솔직하고 당당하다. 인턴십 기관을 선택 하고 섭외하는 것부터 모든 과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간디학교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디학교는 우리에게 방황할 시간을 주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여기 저기 선생님들이 ‘아~ ’하는 탄식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에게는 방황할 시간, 실패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동안 우리는 정답을 강요하고 이미 정해진 모습만을 요구했던 건 아닌지…. 이제 공교육 안에서도 방황과 실패의 시간을 기다려줄 넉넉함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간디학교 현관 앞 조그마한 화단 귀퉁이에 자신이 심었다는 감자를 캐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마 가득 땀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오늘밤 아이들과 삶아먹을 거라며 활짝 웃던 모습은 누군가는 평생 느껴보지 못할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리라.

   
▲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 산남퀸덤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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