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 보자. 남보다 가진 것이 좀 있다손 치자. 살고 있는 아파트가 오래 전에 입주한지라 신축 아파트의 인테리어나 조경 트렌드에 뒤떨어져 새 아파트 욕심이 나던 차에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 공사가 유혹하고 있고 게다가 아파트 부지가 시민이 많이 찾는 숲이 우거진 도심 공원이 라니… 고속철도역과 공항까지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인 청주에서 숲세권 아파트에서 살 걸 생각하니 청주에서 살길 잘했어라며 현재 시장이 시정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한 둘이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소시민의 삶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이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어찌 탓하랴만, 하루살이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나마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침잠해 보자. 학창시절부터 경쟁 속에서 학력을 키우던 관성이 지속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더 나은 삶을 산다는 게 타인과의 경쟁이 되어버린 지가 얼마인가. 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데, 그 행복이란 것이 정녕 이웃과의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미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고 얻고 누리는 것만 생각하였지 반면에 그로 인해 잃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근·현대 들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해 선택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되려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켜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물과 공기를 어떠한 대가나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다는 자유재로 취급하는 자본주의 경제학 이론하에 자연 파괴는 당연시 되었고 그 결과 그냥은 먹지 못하는 물이 되었고 미세먼지 가득한 대기를 만들어 버렸다.
행복한 삶의 근간을 이루는 지구촌 자연 생태계의 훼손은 뒷전으로 하고 각자도생으로 최신형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를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행태는 자본주의에 길들여지고 이성이 마비된 결과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다 하여 그것이 건강에 얼마나 이로울 것이며 진정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할 것인가.
지난 20세기 국가 주도의 개발독재하에 유린된 삼천리 금수강산이 21세기에도 자본 이익 추구에 지속적으로 황폐화 되고 있고 여기엔 탐욕적인 소비 대중도 한 몫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류세'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서 터져 나온 도심공원 일몰제는 삶과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 다. 예컨대 현행 근대 시민법에서 물건으로 취급되는 동물 에게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권을 주어야 한다. 프랑스대혁명 에서의 천부인권 사상으로 만민평등의 시대가 시작되었듯, 생태계의 모든 동식물에게 천부적 생명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구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목하 구룡산살리기 대책위 주도로 타오르는 촛불은 이기적 소비 대중으로 전락한 ‘소시민’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타성에 젖은 관료와 탐욕의 노예가 된 자본기업을 심판할 것이다.
나 혼자만 잘 살겠다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이 아름다운 강토에서 자손 대대로 한민족이 공생·번영하기 위해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고자 우리 함께 촛불을 밝히는 것이며 관료와 자본은 촛불이 밝혀 주는 길을 따라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 박종균(산남퀸덤주민,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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