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자체마다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따른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이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녹지, 학교, 공원, 도로 등)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2000년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부칙이 제정되어 20년간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곳들은 2020년 6월 30일까지만 도시공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익적 필요만으로 사유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무제한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사유재산권을 부활시켜 주되, 정부나 지자체에 대응할 시간을 주기 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공익과 사유재산권의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였다.

게으른 선비 해질녘에 바쁘다더니...정부와 지자체의 늦장대응, 비난 쇄도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는 지난 20년간 이에 대하여 어떠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시행하였는가?
‘게으른 선비 해질녘에 바쁘다’는 옛말이 있듯이 지난 십 수 연간 정부는 공원조성업무가 지자체의 사무라는 이유로 국고보조에 소홀했고, 지자체는 공원조성사업을 선심성 단체장 공약사업보다 후순위에 두고 예산확보를 미루며 20년의 세월을 허비하다가 일몰제 시행 한 두해를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우선, 국가도 도시공원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1970년대에 국가에서 공원지정후에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공원조성업무를 지자체의 사무로 이관만 하였지, 인력이나 재정지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떠나서 오늘날 미세먼지문제나 여름철 도시 열섬현상 등의 문제가 비단 지자체만의 역량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그런데도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대책을 보면 지자체가 공원부지 매입을 위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경우 이자를 지원한다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 정도여서 국가는 당사자가 아니고 지자체의 사무를 도와준다는 소극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각 지자체들의 대응책도 각양각색이다. 단계적 매입을 선언한 서울시 등 일부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손안대고 코푸는 손쉬운 방식’인 민간특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지역 청주시는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도시공원부지중 30%를 민간에 넘겨 고층 아파트건축을 하도록 하고 나머지 70%는 생태연못, 숲, 체험공간 등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개발추진을 선언하고 시민, 환경·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나마 있던 녹지를 없애고 아파트를 건축하도록 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대책,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비난받을 일.

도시공원은 도시의 허파로서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 역할은 물론이고, 폭염을 식혀주는 천연에어컨으로서 온도저감 효과가 있으며, 홍수시 물을 저장해두는 역할까지 한다. 따라서 도시공원의 확보는 시민의 건강권, 환경권은 물론이고 생명권,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특히 동쪽이 산으로 막힌 분지인데다가 아파트가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청주와 같은 지역은 아파트가 바람을 막아 열섬현상이 심화되고 미세먼지가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하여 도시공원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청주시는 현재 무분별한 아파트 건축허가로 아파트 공급이 과잉이어서 가격하락율이 전국 최고수준인 지경이다. 이와 같이 도시녹지축을 대거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아파트 공급과잉이 문제되고 있는 시점에 존재하던 녹지마저 훼손하여 고층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그릇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고기 잡이로 살아가는 어부가 당장 경제적으로 곤궁하다고해서 생활도구인 어선이나 그물을 내다 팔수 없듯이 당장 예산상 어렵다고 녹지를 훼손하여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은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예산상 어려워 지방채를 발행하여 일부 빚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어선과 그물을 내다파는 어리석은 어부는 되지 말아야 한다. 게으른 선비가 해질녘에 바쁘다고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읽은 것으로 치고 책장을 넘길 수 없듯이 당장 급하다고 졸속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이 글은 <충청북도 변호사회보> 제10호(2019년 6월 26일 발행)에도 실렸습니다.

▲ 김준회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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