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아롱 변호사(변호사 박아롱 법률사무소)

 

   어느 날 법원에서 ‘지급명령(금전 기타 대체물 등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채권자의 일방적 신청이 있으면 채무자에게그 지급을 명하는 재판)’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송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무자는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함으로써 소송으로 이행시켜 채권자 주장의 당부를 다툴 수 있고, 만약 2주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어쩔 수 없이 지급명령이 확정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이 자신이 아는 채권이라거나, 서류상의 채권자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대처를 하시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채권이라거나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불분명한 일라면, ‘에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내버려둬 지급명령을 그대로 확정시켜버리시는 일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집행력’이 발생하고, 채권자는 지급 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지급명령을 받은 사람의 재산에 강제집행(채권자가 국가의 힘을 빌려 채무자로부터 강제로 이행을 받는 절차. 예를 들면, 부동산경매, 유체동산경매, 채권압류 및 추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예금채권이 압류되면 그때서야 그냥 지나쳐버린 지급명령을 떠올리고 급히 변호사를 찾게 되시는 것이죠.
 

  제가 만났던 A씨도 마찬가지 경우였습니다. 2003년경 B씨로부터 물건을 여러 차례 샀고, 그 대금을 모두 지급했는지, 일부가 남아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B씨는 2011년 A씨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급명령을 신청하였습니다. A씨는 당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본가에 두고 잠시 다른 지방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A씨의 어머니가 A씨 대신 지급 명령 결정서를 송달받고 A씨에게 전화를 하여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A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이 되었고, B씨는 이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A씨의 예금채권을 압류했습니다.
  A씨는 이대로 강제집행을 수인할 수밖에 없을까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행력과 기판력을 함께 가지는 ‘확정된 판결’과는 달리, ‘확정된 지급명령’은 ‘집행력’은 가지되, ‘기판력(확정판결을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법원에 다시 제소되더라도 이전의 재판 내용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도록 구속하는 효력)’은 가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이 된 청구권’에 관하여, 지급명령이 결정되기 전에 발생한 불성립·무효·취소 등의 사유를 주장하면서 확정된 지급명령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데, 그 방법은 ‘청구이의의 소’에 의합니다. 그러니까 B씨가 주장하는 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무효가 되었다거나, 취소되었다는 등의 사유를 주장하여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상인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은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그 소멸시효 기간이 5년이지요. B씨는 물품대금 지급 기한인 2003년경으로부터 5년 내에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므 로, B씨가 지급명령을 신청할 당시 B씨의 A씨에 대한 물품 대금 채권은 이미 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A씨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지급명령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고, 압류 및 추심에 대하여는 집행 정지 신청 등을 병행하여 당장의 강제집행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날라 온 지급명령 또는 압류 및 추심명령. 내가 잘못했겠지 생각하거나 사는 게 바빠 그냥 넘기시면 나중에 더 큰 고민으로 돌아오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기한 내에 이의를 신청하시고, 집안에 혹시 기한을 놓치거나 방치된 법원 우편물이 없는지 지금이라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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