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이 책은 꼭꼭 씹어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추상성과 난해함으로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의견을 풀어나 가는 글을 천천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읽다보면 시간이 적잖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언제나 낯설게만 느껴지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찾아보는 것은, 귀찮지만 또 하나의 책 읽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뛰어난 답변이지만 정답이 정해진 게 아니니 얼마든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는 자기개발서와 그과정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의 홍수에 지쳐있다면, '나는 누구인지, 행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과거의 철학자들과 생각을 나눠 보면 어떨까요?


최근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의 한국 어판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몇 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일부 지역에서의 시작이지만, 앞으로 자랄 아이들이 나와 달리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하며 인생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써먹자마자 잊어버릴 단편적인 지식을 채우느라 무수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그래서 또 시행착오를 반복할지도 모를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책과 그 속의 수십 수백 년 전의 지성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사회를 읽는 눈을 키우며 인생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하는 기대감 말입니다. 물론 IB도입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있고, IB가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응할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세계 각국이 수행평가와 토론.논술을 바탕으로 한 과정중심 평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한국 교육은 여전히 학생들을 일렬로 줄을 세우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교육 정도와 관계없이 철학자들의 사상을 인용하며 자기 의견과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 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도 가벼운 대화로 풀어나가면서 말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두 아들들과 치열하게 밥상머리 토론을 하는 흐뭇한 미래를 상상하며 다시 첫 장을 펼쳐 봅니다.

 

*IB는 비영리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기구(IBO)가 주관하는 국제 공인교육과정으로, 토론형·과정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가 핵심 입니다) IB는 비영리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기구(IBO)가 주관하는 국제공인교육과정으로, 토론형·과정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가 핵심입니다. 예컨대 역사 시간에 임진왜란에 대해 배울 때 기존 교과서 뿐만 아니라 '징비록'과 '난중일기'를 가지고 집중 토론하는 방식으로, 단편적인 지식으로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생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을 담는 것입니다.

▲ 이성현(산남부영사랑으로 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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