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복지관 권경미 히야친타 관장님과 함께한 특별한 시간

 

198○년 ○월 ○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내 주위는 바쁘게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내 마음은 왜 이럴까? 심란한 마음을 달래 기에는 뭐가 좋을까?
아! 그 친구랑 함께 갔었던 성당. 잘은 모르지만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은 것. 가만있자 맞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내게 써주신 엽서가 있었는데 어디에 뒀더라? (……) ‘고민이 있으면 하느 님을 찾아가 봐.’


198○년 ○월 ○일
집 안의 분위기가 살벌하다.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길이 이렇게 많은 반대와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일인가? 우리 집안은 성가정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 더클 수는 있겠지만, 이곳에 가면 내가 원하고 바라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점점 커진다.
“타인과 더불어서 살아가고 싶다.”
하느님 제게 용기와 힘을 주세요.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198○년 어느 날
어머니가 정동성당을 다녀오셨단다. 한번도 가보지 않으신 곳을 나를 이해하기 위해 다녀오신거다. 나의 기도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아니면 주님께서 나를 선택하신다는 것을 내게 보여주시려는 것일까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198○년 입문
20세에 세례를 받고 100개가 넘는 성소모임 중에서 나의 신앙생활과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나의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 곳 ‘보혈선교수녀원’, 로마에 본적을 둔 136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앞으로 나의 신앙생 활의 출발점이 될 곳이다.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해본다.


199○년
입회 후 1년 가량은 지원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수련을 하게 된다. 이 시기가 끝나면 청원기에 접어든다. 이 시간 또한 1년 정도를 보내게 된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일 테지 만, 성직자나 수도자도 사람이기에 세속과 인간사에 미련과 갈등이 끊임없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파도가 잦아들고 횟수가 줄어들수록 수도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내가 진정 주님 안에 잘 귀의하고 있는 것이라 굳게 믿어본다.


199○년 첫 서원
청원기를 잘 보내면 수련기에 들어간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의식을 하게 된다. 신부 님으로 치면 사제서품에 해당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첫 서원이라 부른다.
가족과 만인 앞에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유기서원 기를 거쳐서 마지막 관문인 종신서원을 하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수녀가 된다.
이 기간이 대략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나 권경미 히야친타는 37세에 드디어 하느님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되었다.


1999년 은혜의 집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 노라 그 첫 대답은 은혜의 집이었다. 독거 노인분들이 요양하시는 그 곳이 나의 첫 일터 였다. 15년이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면서 날마다 나를 살게 한 힘은 하느님의 사랑의 체험과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수있는 경험이었다. 바라고 기도하면 바로 응답주시는 좋으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2014년 8월 1일
혜원장애인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청주시가 함께하여 탄생한 지역사회재활시설 ‘혜원 복지관’의 3대 관장으로 첫 부임하는 날이 다. 정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없다. 아낌없이 사랑했고 또 다른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이어서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니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그들의 언어와 표정으로 소통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 그러나 그 또한 잘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


2019년 5월 9일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산남동주민센터 자원봉사대 이란순 대장님 외 회원분들이 이번에도 도움을 주신단 다. 매번 고맙고 힘이 되는 분들이다. 작년 김장 나눔 후 지금쯤 김치가 다 떨어졌을 듯하여 남은 재료와 배추를 구입해 5월 21일 김치 담그기를 할 예정이다. 100가구 정도 예상하는데 넉넉히 준비해야겠다. 또 두꺼 비마을신문에서 취재를 하러 오셨다. 몇 번면식이 있던 기자분이었는데 마침 카톨릭 신자라서 더 반가웠다.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인터뷰를 하는데,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갔구나 싶었다. 언제나 함께 힘이 되어 주시는 마을 공동체 분들을 만나는 일은 너무 즐겁다. 오늘 복지관은 꽃으로 가득 찼다. 우리의 이웃으로 항상 화단을 예쁘게 가꾸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오후에는 서류들을 검토하고 나머지 일정을 이어갔다.
복되시고 복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우리 혜원복지관은요?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지로 21번길 60에 위치한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입니다.
60여명의 직원과 300명 정도의 장애인이 이용하는 이곳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업훈련반을 운영하고 장애인과 가족 더나아가 마을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장애인은 불행하지 않으며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둘째 장애인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장애인도 지역 사회 안에서 당당한 주민의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합니다.
넷째 장애 비장애를 떠나 사람이 중심이 되어 모두가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마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 제1회 빛뜨락어울림축제에서 봉사상을 받은 수상자들과 함께(좌로부터 충북고 봉사동아리 심봉사, 화인텍코리아 윤재기 대표, 권경미 히야친타 혜원복지관 관장님, 한신동 수상자, 이은자 수상자, 박은경 수상자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