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마을신문
편집 : 2020.7.1 수 15:52
> 마을이야기 > 행복학교
호두 선물 받은 날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 산남퀸덤 주민)  |  zooni2000@cbe.g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82호]
승인 2019.05.09  12:49: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네이버밴드 구글 msn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지났으니해 뜨는 시간이 앞당겨졌다지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여전하다. 우렁찬 핸드폰 알람 소리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이불 속에 뭉그적거린다. 늑장을 부리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허둥지둥이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아차차, 거실에 고이 모셔둔 서류 봉투를 떠올리고 기어이 다시 들어갔다 나오기를 통과의례처럼 한다. 막문이 닫히고 내려가려는 엘리베이터를 가까 스로 붙잡고 아슬아슬 올라탔다.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은 날마다 다른 사연이 펼쳐진다. 출근하는 아빠와 함께 타는 초등학생 두 딸,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쑥스러운 목례를 짧게 건네는 중학 생, 감은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하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타는 고등학생, 아침마다 노인 대학에 가신다는 어르신….
오늘은 웬일로 엘리베이터가 텅 비어 혼자 독차지다. 인사 나눌 이가 없으니 괜히 마음이 허전하다. 그런데 네모 반듯 엘리베이터 한가 운데에 가지런히 놓인 상자가 눈에 띄었다.
“나눔합니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어라? 지금은 호두 나올 시기가 아닌데?
수확 시기는 아니지만 어느 집 사연이 담긴 호두인 모양이다. 상자 한가득 가지런한 크기의 호두가 동글동글 모여 담겼다. 수북한 호두만큼이나 가득 담긴 마음이 느껴진다.
상자 속 호두를 만지작거리다 세 개를 집어 들었다. 우리 가족 숫자 만큼이다. “고맙 습니다.” 하고 허공에 인사를 남길 새도 없이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쏜살같이 올라가 버린다. 띵동 소리와 함께 어느 층엔가 멈춰 설 테지. 뜻밖의 호두 선물을 발견할 사람들의 표정이 궁금하다.
문득, 몇 해 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했 던 마니또 게임이 떠오른다. 담임인 나를 포함해서 반 아이들 모두 마니또를 정했다. 마니또는 하루 중 친구의 행동에서 칭찬거리를 찾아내어 게시판에 몰래 메모를 붙여놓 는다. 날마다 숨은 그림 찾 듯 마니또의 선행을 찾는 재미도, 마니또로부터 비밀 칭찬 선물을 받는 재미도 쏠쏠했던 날들이었다.
마니또 덕분에 우리 반에서는 누구도 외롭지 않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호두를 이리저리 굴려 본다. 울퉁불퉁 호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마니또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지하주차 장을 빠져나가자 아직은 싸한 봄바람이 상쾌하다. 봄꽃을 샘내는 꽃샘추위라 했던가?
오늘은 호두 온기에 꽃샘추 위를 잠시 잊어본다.

   
▲ 추주연(충북단재교육연수원, 산남퀸덤 주민)

 

 

 

 

 

 

 

 

 

< 저작권자 © 산남두꺼비마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네이버밴드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11. 제일 중요한 걸 빼먹었네!
2
청소년들이 활짝 웃는
3
곰취 김치
4
두꺼비마을, 청소년들과 함께 가치내 운동 전개
5
엄마는 회사에서 네 생각이 안 나지만, 마음 깊이 너와 늘 함께 있어!
6
성인지 감수성, 성 주류화, 성별영향평가란 무엇일까
7
‘우리 집 막내의 주치의’ 산남동물병원 안효진 원장님
8
산남동 주민자치위원회, 남이면 농촌 일손 돕기
9
우리동네 아파트 작은도서관 부분 개관
10
지역문제해결플렛폼에 의제를 제안해주세요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청주시 서원구 원흥로 72, 호반빌딩 2층 공유공간마을  |  대표전화 : 070-4112-3429  |  Fax : 043)294-3429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수
등록번호 : 충북아00197  |  등록연월 : 2018. 05.08.  |  발행처 : 사회적협동조합두꺼비마을  |  발행인 : 김동수  |  편집인 : 조현국  |  편집장 : 조현국
Copyright 2011 두꺼비마을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ubi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