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영사랑으로 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는 매달 1회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아파트 주민분들과 함께 하려고 모집 공고를 냈었는데, 아직까지는 공고를 보고 오신 분은 없어 도서관 자원활동가들로만 이루어진 모임입니다. 회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고, 독서모임 2회째부터는 전도서관장님께서 책을 지원해 주셔서 매달 받는 책선물에 감사하며 마음가는 대로 하나 둘씩 가져온 다과와 함께 즐겁게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는 혼자서 책을 잘 안 읽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봉사시간에 조금씩 책을 읽긴 했지만, 8살과 5살이 된 두 아들의 엄마로 육아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쩌다 남는 자투리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채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날의 뉴스로 시작해 사건 · 사고들을 일별(一瞥)한 뒤 한 줄 기사로 뜬 연예인 가십기사를 나도 모르게 터치하여 읽고 있다보면 또 다른 피로감와 허무함이 올 뿐이었습니다. 사실 10~20대 때는 마음만 먹으면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결혼 이후 육아와 가정에 집중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없어지고 어쩌다 남는 시간조차 나를 위해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엄마와 아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하게 된 독서모임은 잊고 있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저희 독서모임은 무슨 대단한 모임이 아닙니다. 유명한 강사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모임도 아닌 그저 책 한 권으로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모임이지만, 누구의 엄마 ·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며 모임을 준비하는 몇 시간과 모임에서의 시간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간혹 저녁에 모임을 갖는 날엔, 아직 어려 책과 엄마를 번갈아 찾는 둘째아이에게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수고가 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 동안의 독서모임을 통해,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리가 벌레로 변신한 후 자생력을 키워가는 가족들을 보며 내 안에 나태함과 습관화되어 있는 것들은 없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서정욱의 『그림 읽어주는 시간』을 QR코드로 찍어 큐레이터가 읽어주는 작품을 아이패드로 함께 감상하며 미술관에 온 듯 명화에 빠져들기도 하고, 조던 B.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으며 내 삶을 어떻게 책임감 있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 해보기도 하고,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해 한두 편씩 낭송해 보기도 하고, 밤늦게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읽으며 혼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독서모임에 책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독서를 통해 내 삶이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도 감히 말해봅니다. 책을 의사전달의 도구로 받아들여 분석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읽고 싶은' 모든 분들께 독서모임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나를 찾아가는 행복한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산남사랑으로작은도서관 이성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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