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층 로비. 유리너머로 수장고에 있는 미술작품들이 보인다.    사진_조정강
▲ <삼라만상>/1984~2014/패널에 혼합재료, 크롬도금 청동 부처상/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_조정강
▲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2013/나무,모터,실,PVC/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_조정강

 2018년 12월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분관이 개관했다. 과거에 담배공장(청주 연초제조창)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평소 미술을 사랑하며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한때 청주 지역경제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 연초제조창. 그 규모는 예상대로 컸다. 1 층 로비로 들어가면 유리 너머로 여러 미술 작품들이 보인다.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수장고’를 갖춘 대규모의 미술관으로서 미술작품 수장고를 부분적으로 일반 시민들이 볼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의 진열이나 분위기가 일반 전시와는 다르다. 작품의 보관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작품들은 일정 간격만 두고 다닥다닥 진열되어 있고 모든 작품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제작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돌아보며 각 작품에 담긴 의미, 작가만의 개성적인 표현을 살펴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수장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획전시실도 있다. 1층 로비와 5층의 기획 전시실에서는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 1층에는 <삼라만상>이라는 작품밖에 없고, 나머지 전시물들은 전부 5층에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전시회에서 1층에 놓인 <삼라만상>이 제일 눈에 띄었다. 조그만 타일에 그려진 사물들이 청동부처상(반 가사유상) 주변을 에워싸고 있고 크롬으로 도금된 부처의 표면은 그 수많은 타일들을 비추고 있다. 각 타일에는 자동차를 몰고 있는 사람, 가만히 서 있는 사람 등등 다양한 형태의 그림이나 설치물이 붙어 있는데, 나는 이들이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 했다. 여기서 <별 헤는 밤: 나와 당신의 이야 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리가 별에서 온 성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작고 미약한 우리의 존재가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자 하는 데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나’와 우리 이웃들, 다시 말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나타내고 그들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표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우리를 거대한 우주(삼라만상) 속에 담아내고 ‘부처’라는 성스 러운 존재에 투영하였다. 전시의 핵심주제를 이렇게 충실하게 따르면서 동시에 기발한 발상을 보여주는 작품은 언제나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 다음으로 재미있게 본 작품은 바로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할때 평면회화를 감상하는 것보다 이런 설치 작품이나 영상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를 흥미롭게 바라본 이유 중 첫 번째는 작품 아이디어의 소재(所在)이다. 작가는 경비초소에서 고개를 까닥까닥 떨구며 졸고 있는 고단한 경비원의 모습을 보고 그가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에 대해 상상하며 제작 하였다고 한다. 나는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칠 만한 사소한 부분이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 데까지 연결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두 번째는 작가의 표현력 때문이었다. 경비원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졸고 있는 느낌을 나무 조각이 플라스틱 병과 부딪치며 나는 소리로 표현하였는데, 어떤 영상매체보다도 머릿속에 그 그림 ‘경비원이 졸고 있는 모습’이 더 잘 그려졌다. 또한 작품 중앙에 설치된 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구조물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데, 작품을 둘러싼 천에 그 그림자가 일렁이면서 경비원의 꿈을 표현하였다. 이 작품이 설치된 공간에 가면 마치 그 경비초소에 직접 들어간 느낌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영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그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흥미로웠다.(수장고에 있는 작품들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연초제조창이었던 곳이 문화산업단지로 되는 과정 속에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정상에 선 사나이>에 나오는 한국인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자 고상돈, 만원짜리 화폐 속에 있는 세종대왕의 초상을 그린 김기창 화백, 이런 유명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청주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가깝게 혹은 멀게라도 이 공간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이 공간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곳이다. 놀랍게도 ‘예술’은 이러한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들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러한 점에서 많은 역사가 어려 있는 이 공간에 미술관을 유치한 것은 청주시가 둔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 조정강(세광고2)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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