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제천에서 같은 학교 선배와 동급생 6명에게 SNS 등 인터넷 상에서 협박등 괴롭힘을 당한 여고생(고1)이 건물 옥상 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SNS에 "개학하고 학교에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 욕설이 포함된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고 이러한 행위는 한 달 동안 이어졌다. 특히 일부 학생은 타인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 댓글을 쓰면서 피해자를 압박했다.
학교폭력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특히 사이버폭력이 제일 악성이다.
현실 세계에서 폭력은 당사자가 한정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 지기 마련이 다. 그런데 사이버에서는 그 익명성 때문에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가 끼어들어서 ‘댓 글’로서 2차 가해를 한다. 그래서 당사자가 무한대로 확장이 된다. 싸울 때는 옆에서 편드는 놈이 더 미운 법이다. 문제는 그런 폭력의 흔적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위 제천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한 달 전 청주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도 있었다. 필자는 그 초등학교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이라 함) 위원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윤지(가명, 가해자)와 지민이(가명, 피해자) 는 원래 친했으나 올해 여름 사이버상에서 사소한 다툼 끝에 멀어졌다. 그러다 윤지는 본인이 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지민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였고, 그 인터넷 방송에 들어온 다른 아이들도 장난처럼 지민이에 대한 비난의 댓글을 올렸다. 그런 댓글을 본 지민이가 울음을 터트렸고, 지민이 어머니가그 방송에 들어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윤지는 지민이 엄마한테까지 욕을 했다. 그 댓글 중에는 “선배들 데리고 가서 밟아주겠다. 인성을 조져버리겠다.”는 협박성 글도 있었다.
지민이는 윤지보다 그 댓글 때문에 더 무서 웠다고 한다.
‘학폭’이 열렸고, 댓글을 단 4명이 먼저 불려나왔다. 그 중 위 공포의 댓글을 단 5학년 선배언니는 지민이를 알지도 못하고, 그냥 장난으로 그랬다고 한다. 다른 애들도 똑같 다. 그런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런 것이 협박이고, 범 죄다.”라고 하자, 그 5학년 언니는 그냥 장난이었다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저렇게 순진한 녀석들이 인터넷에서 익명의 가면을 쓰고 험악한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내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윤지가 부모님과 같이 들어왔다. 사실 아이들 장난치고는 친구 부모님한테까지 욕을 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왜 윤지가 그런 과격한 행동을 했는지 궁금했다.
몇 번 질문을 해보니 그 답을 얻을 수 있었 다. 윤지는 외동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일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있는데, 몇 달에 한 번씩 집에 들르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3교대 일을 하는데, 야간근무를 가게 되면 초등학교 4학년인 윤지 혼자 집에 남는다. 그게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한다. 11살,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그렇지 못한 윤지는 인터넷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관심’에서그 결핍을 충족시키려 한 것이다.
필자도 5남매 편모슬하에서 커서 그 결핍을 안다. 내 어머니도 새벽같이 일 나가시고 저녁에 들어오시면 집안일 좀 하시다가 바로 주무셨다. 그래도 그 때는 ‘동네’라는 공동체 안에서 형·동생끼리 나름의 위계질서 아래서 ‘같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끼리 ‘각자’ 자란다. 그리고그 인터넷 공간은 양육강식의 정글에 가깝 다.
학폭 사건에서 가해자인 아이들은 대부분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부모 사랑의 결핍이 있다. 그래서 죄는 밉지만 무작정 그 아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그런데 피해자 부모들은 대부분 강한 처분을 요구한다. 그 사이에서 늘 고민이다.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그 결핍을 인터넷에 방치해서는안 되고 우리 학교와 사회가 좀 더 부모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딸 키우는 아빠로서 필자도 그게 늘 고민이다.

▲ 최우식(사람&사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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