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생태문 화관에서 천문학 강좌를 하자는 제안을 들은 그날은 기대감에 조금 부풀었던것 같습니 다. 산남동 친구 들과 한 달에 한번씩 천문학을 주제로 만난다는 건, 제게 같은 관심의 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누군가와 관심사를 공유할 때 느끼는 희열은 맛있는 커피로 신나게 웃으며 삶을 나누는 시간과 동급이고, 단순한 기쁨을 넘어 미래의 동지를 얻을 수 있는 귀한 기회니까요.
더 좋은 건, 의외의 기대주의 등장입니다. 관심 없어 보였 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질문을 하고, 다음 회차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겁니다. 이런 친구들은 그 많은 호기심을 눈빛 으로 뿜어냅니다. 볼은 빨갛게, 장난기는 진지하게하면서 말이죠.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학년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천문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습니다. 굉장한 경험이기도 했어요.
지식 습득전의 어린 친구들에게 천문학은 어떤 형태로 기억에 남을지 모르겠더군요. 누군 그림으로 기억할 것 같았 고, 누군 음악으로, 누군 수학으로, 누군 영화라는 신나는 화면으로 기억남을 것 같았습니다. 초등 고학년은 미리 배우는 과학이 될 수도 있을 테고, 그보다 높은 학년은 미리 배우는 과학일 수도 있겠더군요. 아마, 누군가는 자신이 과학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지 않았을까요?
그 아이들과 동반해 오신 선생님 혹은 어머님들의 노고가 참으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위한다지만, 과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성인들이 과학 이야기를 듣는 다는 건 지루합니다. 저도 과학자지만 가끔 다른 부분의 과학서적을 읽다 한숨을 쉴 때가 있거든요. 하하하! 이렇게 스스로 변명하면서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건 천문학이지 과학이 아니니까… 영화가 그 중간의 지루함을 녹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6개월간의 일정을 끝낸 후 새삼 세상의 모든 SF영화감독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책 한권 읽어도 머리속에 잘그려지지 않는 걸 단 하나의 장면으로 뇌를 강타해주는 그감각에 박수 칠 수밖에요.
이제 곧 겨울입니다. 그 어느 계절보다 밝은 별들이 많은 하늘과, 그 어느 계절보다 밤이 긴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 수퍼에서 장보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만 올려다 봐도 감탄할 수 있는 시간. 이번 겨울엔, 6개월간의 긴 시간을 같이 한 그 친구들이 문득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기억이 가슴에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볼 때 중력을 생각해보고 행성 크기를 가늠해보는 장난끼같은 숨은 과학성이 발현되기도 기대합니다.
두근거립니다. 10년 후 어디에선가 천문학하는 어떤 친구가 2018년에 저와 영화 본 꼬마였다고 말할것 같아서. 6개월을 같이 해 준 모든 친구들과 어머님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오래 기억 하겠습니다.

▲ 별여사 김여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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