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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
장광덕 변호사  |  rbs-19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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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호]
승인 2018.10.01  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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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필자는 종종 의뢰인으로부터 ‘아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억울합니다.’라는 말을 듣거나 또는 ‘법을 몰랐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왜, 의뢰인들은 법 때문에 억울하고, 법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을 할까? 법이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겉과 속이 달라 사람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법을 두고 ‘귀에 걸면 귀거 리, 코에 걸면 코거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법에는 최고 규범성을 갖는 헌법, 그에 기초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조례 등이 있다. 법률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국회의 의결을 통해 제정되는데, 국민이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 등에서 주로 만나는 법이 바로 법률이다. 헌법과 같이 최고규범성을 가지는 법은 다른 법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헌법 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처럼 ‘~이면 ~이다’라는 추상적인 정언명제로 되어 있다. 반면, 헌법에 기초한 법률은 좀 더 구체적이어서, ‘형법 제250조 제1항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처럼 ‘~하면 ~한다’라는 조건명제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하면’에 해당되는 부분을 학문적으로 ‘구성요건사실’ 또는 줄여서 ‘요건사실’이라고 하고, ‘~ 한다’는 부분을 ‘법률효과’라고 한다.
  자판기에 적절한 동전을 넣어야 물건이 나오는 것과 같이,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거나 처벌을 받으려면,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어야 한다. 즉, 소송에서, 당사자가 ‘~하면’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하면, 법은 ‘~한다’에 해당하는 법률 효과를 부여하게 된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위와 같은 사실을 주장하고 증명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조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당사자는 스스로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이라고 한다.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그 권리의 바탕이 되는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甲이 乙에게 1,000만 원을 빌려 줬는데, 乙이 빚을 갚지 않자 甲이 乙을 상대로 빌린 돈을 돌려달라는 소를 제기했다고 하자. 진실은 甲이 乙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이나, 만일 甲이 차용증 등에 의해 위와 같이 빌려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소송에서만은 甲이 乙에게 1,000만 원을 빌려준 사실이 없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乙이 甲에게 1,000만 원을 갚았음에도, 甲이 乙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소를 제기했다고 하자. 乙이 영수 증 등으로 甲에게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乙은 위 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
  이처럼 민사소송은 법에 따라 진실된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면서도, 진실과 상반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이는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증명의 문제라고 봐야한다. 소송을 흔히 ‘증거싸움’이라고 하는데, 이는 증명책임이 그만큼 중요 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쟁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도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돈을 빌려주거나, 주택공사 또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동업 또는 투자를 할 때,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을 하면서 계약서 쓰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는 ‘좋은게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뢰는 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에서 오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증거가 명확하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어도 소송은 짧은 기간에 끝날 수 있다.
  야누스의 얼굴을 한 자는 법이 아니라 신뢰를 미끼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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