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우 원장(나비솔 한방병원)

  무더위가 지나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석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일가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을 수 있어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명절 전후에 받는 스트레스로 기존 질환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질병들이 생길 수 있으니 평소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화병입니다.
  화병은 울화병의 줄임말로 억울함, 분함, 화남, 속상함 등의 감정을 제때 표현하거나 분출하지 못하고 장시간 참아서 생기는 병입니다. 화병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불면증, 소화 장애, 피로, 공황, 식욕 부진, 두근거림, 통증, 복부불쾌감 등이 있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hwa-byung)이라는 우리말 단어를 공식병명으로 등록하고 ‘한국인에게 많은 분노증후군의 하나로,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정의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서양은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를 지녔지만 한국은 자기감정을 절제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 수승화강(水升火降) 이라고 하여,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신장의 시원한 물기운(水氣)은 위로 올리고 심장의 따뜻한 불기운(火氣)은 아래로 내려가야 건강하다고 하였습니다. 울화(鬱火)가 쌓이면 심장의 불기운은 점점 더 위로 치솟게 되고, 신장에 있는 물기운은 불기운을 만나지 못해 점점 아래로 향하게 되는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병에 걸린 사람은 열이 올라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 어지럼증, 어깨뭉침, 뒷목결림 등의 증상이 생기며 가슴이나 명치가 아프거나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잘 놀라고, 목이 답답한 증상이 오기도 합니다. 또한 인체의 하부는 차갑고 기능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냉과 생리통 같은 여성 질환이 생기기도 하며 손발이 차가워지고 붓기도 합니다. 숙면을 취한 후에도 몸이 무겁고 피곤하며 늘 개운치 못한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화병이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남편, 시부모와 함께 지내는 여성들에게 많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과 남성들에게도 많이 생깁니다. 성격적으로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이거나 화를 잘 내더라도 이를 잘 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므로 가족들의 애정과 관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화병에 뭉쳐진 화를 풀어주는데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합니다. 화병의 치료에는 가미소요산, 귀비탕, 온담탕, 청심연자탕, 교감단 등의 처방을 활용하고 백회 전정 단중 중완 대추 신문 태양 등의 혈자리에 침 뜸 부항 약침 등으로 치료를 합니다.
  가정에서는 화병에 효과가 좋은 혈자리인 단중혈(양 유두사이 가슴 정중앙에 위치)을 지긋이 지압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도우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해주는 녹차, 결명자차, 국화차 등을 마시는 것도 화병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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