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시작되던 날, 연수원 현관 앞에 현수막이 걸렸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교사인가?’ 교사로 3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100시간 남짓의 연수 과정을 거쳐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올 해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의 주제는 ‘함께 배우는 교사’이다.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중략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 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 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중에서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배웠을 교육의 ‘그릇’을 3년의 경험 속에 각자의 ‘그륵’으로 만들어 가고 있으리라. 이번 연수에서 3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만들어 나갈 교사의 삶을 다시 준비하게 된다.
십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하지만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나에게 교사로서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는 특별한 경험을 남겼다. 한 강사님의 강의에서 평범한 수업을 촬영한 영상을 함께 보고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공개 수업이 아닌 일상의 수업을 보고 나눈 다는 것이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학교로 돌아간 나는 당장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수업 영상을 찍어 사이트에 올려 수업 나눔을 시작했 다. 보여주기 위한 공개 수업과 일상 수업의 간극을 좁혀가기 시작한 첫걸음이 었다.
그런데 촬영한 수업 속에서 아이들에게 경제 용어를 오개념으로 설명하는 장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부끄러움과 좌절을 극복하고 교사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더불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이든 알려주려는 오만한 교사에서 질문을 함께 해결해 가는 친구 같은 교사로 바뀌어 갈 수 있었다.
내가 그랬듯 어느 선생님께는 연수가 교사로서의 삶이 바뀌는 소중한 시간일수 있지 않겠는가? 연수를 준비하며 담고 싶은 것은 선생님들이 동료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사 공감교실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연수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들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나? 나
는 어떤 교사인가?’ 선생님들의 답을 읽으며 젊디젊은 동료 선생님들에 대한 믿음으로 뱃속이 든든해진다.
학생 모두에게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도 있고 특히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 또는 기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의지가 되는 가까이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교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 어느 연수생 선생님의 글에서-
늦은 밤 연수를 마친 선생님들 단톡방에 ‘까똑’이 울린다. 개학 첫날부터 힘든 일이 줄을 서있더라는 한 선생님의 넋두 리에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동료 선생님들의 응원 메시지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교사인가?” 선생님 들의 단톡방은 망설임 없이 답하게 한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교사다.”
앞으로 이어질 교사로서의 삶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교사의 삶이길 바란다. 아직 끝나지 않아 계속될 그 길을 나도 함께 걷고 싶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중에서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