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의 마지막 탑승을 함께하며

  지난달에 예고한대로 4월 30일자 마지막 새마을호 탑승기를 올립니다. 수도 없이 타 왔던 기차를 타고 오만가지 생각을 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함께 가기로 한 친한 동생과 만나 곧장 천안역으로 갑니다. 새마을호의 마지막 여정을 배웅해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몇 주전부터 새마을호의 마지막 소식이 언론에 보도 됐기 때문일까요?


  제가 탈 #1159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옵니다. 기관차 맨 앞에 부착된 종운기념 피켓이 눈에 띕니다. 운전실 창문에 테이프로 붙인 휴대전화가 보였는데 코레일 홍보실에서 마지막 운행 장면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하기 위함이랍니다. 마지막인 만큼 표를 특실로 샀는데 역시 새마을호의 좌석은 엄청 편하네요.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짐만 풀고 챙겨온 카메라를 잡아 이것저것 찍습니다.


 천안을 출발하여 아산, 온양온천역에 정차하고 신창역을 통과하자마자 장항선의 진짜 매력, 우리나라에 몇 없는 단선 구간에 진입합니다. 문득 같이 온 동생과 만들었던 피켓이 생각나 들고 기념사진 한 장을 남깁니다. 단선 구간은 열차가 마주보고 한 줄의 선로를 달리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중간역에서 빗겨가야 하는데 이를 “교행”이라고 합니다. 웅천역에서 마지막 새마을호끼리 교행, 즉 새마을호끼리의 마지막 만남이 예정되어 있기에 동호인들의 손길이 분주해집 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와중에 멀리서 경종소리와 기관차의 엔진소리가 들립니다. 뒤에는 새마을호 객차가 연결된걸 보니 #1160 열차가 맞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먼저 도착하여 수월하게 교행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습 니다. 동호인들은 이를 지켜보기 위해 내렸다가 다시 질서 있게 열차에 탑승합니다. 지시에 잘 따라주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 철도문화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이 닫히고 무전을 받은 기관사가 열차를 움직입니다. 출발하면서도 영상을 찍어 마지막 만남을 기록합니다.


  웅천역을 출발하고 익산까지 남은 역은 단 3개. 여객 전문님이 익산역 도착 후 고별 행사가 있으니 관심 있는 고객들은 참석하여 주시라는 방송을 합니다. 결국 마지막 역인 익산역에 도착합니다. 많은 동호인들도 카메라를 들고, 역무원들도, 퇴근한 기관사들도 새마을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승강장에 모여 자신들만의 기록을 남깁니다. 문이 열리고, 마지막 하행 새마을호의 운행이 끝났습니다. 꽃다발도 드리고, 기념사진도 찍고 조촐한 고별행사도 순식간에 끝납니다. 열차는 차량사업소로 들어가면서 그렇게 마지막 하행 새마을호의 운행이 끝났습니다. 이 여운을 조금이라도더 느끼고파서 새마을호가 들어가는 모습을 혼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사실 이번 새마을호의 종운식은 코레일에서 주최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국내 대형규모의 철도동호회가 연합하여 주도하였으며 코레일은 이에 협조만하였을 뿐입니다. 기관차에 부착되었던 피켓도 철도동호회에서 제작한 것을 코레일이 부착만 해줬을 뿐입니다. 철도기술과 문화가 발달한 철도의 왕국 일본의 경우 열차의 마지막 운행이 계획되었을 경우 운영사가 직접 나서서 행사를 주도합니다. 철도운영사가 철도에 대한 애착 없이 다른 이들에게 철도를 좋아해달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종운 행사가 시도됐으니 앞으로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코레일이 직접 철도관련 행사를 열어주길 바랍니다. 또 제게 철도를 알게 해주고, 확고한 진로를 잡아 준,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과 경험을 선물해준 이날의 주인공이자 내 인생의 나침반인 새마을호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고마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