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태호(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현대 사회에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 주변에서 상대적으로 착하게 사는 사람에 대한 덕담 중에 “이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분은 정말로 법 없이도 살 수 있을까요?
  최근 방송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자연인은 도시가 아닌 산속이나 섬 등에 혼자 이주하여 가급적 거주지 인근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 건강식을 하고 직업 등 많은 것을 내려놓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적게 농사를 짓거나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이며 소박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인은 법 없이 사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현대 국가는 법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는 법치국가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법치국가는 말 그대로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법은 단체적 공동생활을 하는 구성원들이 지켜야하는 행위의 규준 즉 사회생활의 준칙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없는 욕심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대부분은 욕심을 억제하거나 감추고 살고 있지만)들의 단체적 공동생활에는 서로의 이해의 충돌과 그로 말미암은 다툼이 필연적으로 따릅니다. 이와 같이 충돌하는 이해를 조절하고 다툼을 피하기 위한 일정한 행위의 규준인법 등이 꼭 필요합니다. “사회가 있으면 법이 있다”는 격언은 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의 준칙은 인과의 자연법칙인 “존재의 법칙”이 아니라 사람이 그의 타고난 성품인 자율성에 의하여 스스로를 합목적적으로 규율하는 “당위의 법칙”입니다. 당위의 법칙에는 법을 비롯하여 도덕 관습 종교 등이 있습니다. 법은 다른 당위의 법칙에 비해 그것을 지킬 것이 조직적인 사회력(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점에서 다른 당위의 법칙과 다릅니다. 물론 종교도 유형과 세기가 다르지만 종교법에 따른 강제력이 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법에 인정되는 강제력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흔히 사람의 일생을 “생로병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충분한 것은 아니나 어느 정도는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을 출생으로 좁게 보지 않고 늙기 이전까지의 모든 삶을 생이라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이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법이 없다고 하여도 다른 사람의 이익과 충돌되지 않는 행위 등을 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자리를 여러 사람이 서로 먼저 차지하기를 원하거나, 한정된 자원을 여러 사람이 서로 먼저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등에 법의 도움이나 뒷받침이 없으면 그러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그 자원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뒷받침해주는 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어도 큰 문제를 느끼지 않고 살아갑니다. 법이 뒷받침해준다는 것은, 누군가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 하게 할 때 법에 요청해서 구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원하는 경우에 공평한 기회를 보장받는 등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법의 존재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법이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란 평을 듣는 사람도 법 없이는 살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평을 듣는 사람은 소위 범죄를 짓지 않거나 자기의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양보를 하며 소위 착하게 산다는 의미에서 법 없이도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도 출생해서 교육을 받고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며 아프면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종종 틈을 내서 여행 등도 다니고 나이 들면 노령연금을 받거나 대중교통 이용에 편의를 제공받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사망하면 예법에 맞는 의식을 거쳐 일정한 장소에 묻히거나 안치되는 등으로 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사는 것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들도 법 없이 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외진 곳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또는 충돌 할 수 있는)기회를 줄이고 주변에 있는 자원을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거나 적어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거나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법을 잘 준수하면서도, 주위로부터는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인식되는 선진 법치국가의 자랑스러운 민주시민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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