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두봉을 가꿔 온 곽한균 씨의 소박한 희망

4월 21일 오후, 분평계룡리슈빌 아파트 맞은편 주택의 차고지에서 ‘4회 아름다운 잠두봉 우리동네 골목길 展’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참석한 주민의 말씀을 들어보니 작년까 지만 해도 잠두봉*에서 열리던 행사였는데, 올해는 잠두봉이 개발로 사라지는 바람에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1년 전만 해도 푸른 숲을 자랑하던 잠두봉 자리에 포크레인과 불도저 몇 대가 힘겹게 서 있었다. 서둘러 아파트를 지으려고 쉴 새 없이 숲을 파헤치느라 힘든 듯 … 그것들이 지친 만큼 잠두봉의 숲은 이미 사라졌고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가 생겼다.


전시회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잠두봉이 통째로 개발된 것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그런데 그 이면 에는 곽한균 씨의 사연이 있었음을 이재갑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되었다.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재갑 화가는 청주교대 근처에 살았는데, 출퇴근 길에 어떤 주민이 꽃과 나무를 가꾸며 잠두봉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평소 골목문화에 관심이 많던 이재갑 화가는 4년 전 곽한균씨와 의기투합하여 ‘아름다운 잠두봉-우리동네 골목길 전시회’라는 주제로 마을주민들과 소박하 지만 아름다운 문화축제를 열게 되었다. 이재갑 화가는 회고한다. “곽한균님이 안 계셨더라면 이런 아름다운 골목 문화축제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잠두봉을 가꾸는 예술인들은 ‘제4회 아름다운 잠두봉 : 우리동네 골목길 展’의 주제를 ‘잠두봉의 귀환-빛과 소금’으로 정했다. 잠두봉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20여 년 동안 쉼 없이 꽃과 나무를 가꾸며 골목길을 아름 다운 공간으로 빚어낸 곽한균 씨의 순수한 열정과 그가 피워낸 사람 향기와 정이 되살아나길 바라는 절박함을 표현한 전시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당장 곽한균 씨의 보금자리인 집마저도 잠두봉 개발로 인해 절반을 자동차 도로로 내주어야 할 판이다. 잠두봉 개발은 거기에 식생하는 나무와 풀, 꽃과 동물들만 사라지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잠두봉과 조화롭게 아름다운 골목을 만들어 오던 사람들마저도 내쫓고 있는 것이다. 집조차도 반쯤 헐리게 될 처지에 놓인 곽한균 씨의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다. “사는 곳이야 어디든 상관 없지만 이 자리에서 그저 20여 년 동안 해 오던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인근 지역주민들은 때마침 열리는 지방선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힘을 발휘하여 곽한균 씨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길 말이다. 잠두봉 자리에 아파트가 완전히 들어서면 이전과 같은 형태로 잠두봉 골목길이 부활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곽한균 씨가 자신의 손으로 잠두봉 골목길의 정취를 재현할 수 있게 되기를 지역주민들은 간절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잠두봉(蠶頭峰) 각주: 행정구역상 청주 산남동과 분평동 경계에 있다. 높이 101m.
산의 모양이 누에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일명 ‘누에머리끝산’이라고도 한다.
풍수상으로 누에는 뽕잎이 있으면 다른 것에 기운을 쓰지 않고 뽕잎만을 먹는 데전념한다고 하여 잠두봉 인근의 마을에는 뽕나무 숲을 조성해 두었다고 한다. 현재 아파트 건설로 잠두봉의 원래 모습은 볼 수 없다. 산의 아래쪽에 청주교육대학 교가 있다.

 

▲ 차고지에서 열린 ‘아름다운 잠두봉’ 개막식

▲ 잠두봉에서 공연하던 시절의 사진

▲ 곽한규 씨가 만든 솟대와 나무의자... 아름다운 잠두봉과 그 골목길은 오랫동안 사랑하면서 꽃을 심고 솟대를 만들고 나무의자를 만들었던 곽한균 씨가 계셨기에 가능했다.

▲ 이재갑 화가와 곽한규 씨

▲ 잠두봉을 지키는 예술인들과 지역 주민들

▲ 개발 펜스에 설치된 현수막들

▲ 곽한규 씨가 꽃밭은 가꾸는 모습

▲ 개발된 잠두봉을 바라보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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