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믿음으로 Bravo my life를 즐기는 소영 칼국수 오너 박윤자

 

▲ 소영칼국수 박윤자사장님

 다음달 5월이면 산남동 14곳 달하는 노인정의 어르신들이 식사 나들이를 나가신다.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점심 초대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콩가루가 듬뿍 들어간 보들보들하고 야들야들한 면은 목 넘김이 좋고 소화 흡수도 좋아서 나이드신 어른들이나 아이들, 위가 약한 분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고기 간 것, 김치, 미나리 쫑쫑 썰은 고명은 면에 부족한 영양소을 잡아주고 동시에 국물의 맛을 더욱 단백하고 고급스럽게 한다. 거기에 화룡점정 쑥갓까지. 국수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오히려 쑥갓향에 휩싸여 오묘한 맛을 자아낸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그 산남동 명물. 소영칼국수 박윤자(62) 사장이 점심 만찬을 준비하는 주인공이다.

기자: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에이구 나에 대해 뭐 취재 할 것도 없는데 왜 자꾸들 오시는지...

기자: 네?

박: 사실 얼마 전 MBC에서도 취재를 왔었거든.

기자: 아 그러셨군요.

박: 그거 보면 대충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참고 하실래요?

기자: 네, 그것도 좋지만 전 사장님과 직접 얘기 나누면서 알고 싶은데요

박: 그래요? ㅎㅎ 그럼 차 한잔 하면서 얘기 할까

기자: 네^^

  <자리를 옮긴 후>

기자: 좋은 일 워낙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5월 점심 나눔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왔습니 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박: 2008년 개업을 시작한 해부터 지금까지 해오다 보니 특별한 준비보다는 뜨끈한 칼국수 한 그릇 정성스레 대접 한다 는 맘으로 하고 있지. 본격적인 영업이 12시부터 시작되는데 시간이 겹쳐 자리가 없거나 모르시는 분들과 함께 드시면 불편하실까봐 1시간 전에 미리 준비하여 어르신들을 모셔. 많은 분들을 한꺼번에 오시기엔 장소가 협소하니 각각 노인정 마다 요일을 정하죠 그러다보며 한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지? 그 이외에도 매 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혜원복지관에 계시는 분들을 모셔 점심을 대접하고 있는데 가끔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시며 폐지를 줍는 분들을 뵙는데, 들어와서 식사 하시고 가라 하면 점심 나눔에 이미 다녀가신 분이라고 자꾸 신세지면 미안하다면 그냥 지나가시는 걸 보면 내가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 2016년‘우리동네 좋은이웃’상 시상식장에서

기자: 사장님의 그런 맘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느껴집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소영 칼국수 맛의 비결입니다.

박: 만드는 방법을 물어 보시는 건가?

기자: 네 그렇죠

박: 그건 나도 모르지.

기자: 네? 사장님이신데 모르신다고요?

박: ㅎㅎ 나는 주방일은 전혀 몰라요. 우리 주방장이 책임지고 만드니까.

기자: 사장님이 만드는 법을 모르신다면 주방장이 형제, 자매나 친척?

박: 아니지~ 내가 뽑은 우리 직원이지

기자: 어떻게 메뉴 레시피를 직원만 아는지...

박: 소영칼국수는 체인점이거든.

기자: 네? 진짜요?

박: 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청주 수동에 본원을 둔 칼국수 집인데. 체인이라고 해도 전국 적인 건 아니고 청주 지역 3곳에서 하고 있지.

기자: 어 그렇군요. 그럼 여기가 고향이신지?

박: 아니죠. 우린 서울에서 살았지. 남편이 건축 관련 사업을 하는데 IMF를 만나 힘들어지면 서 남편 고향인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

기자: 그럼 그 전에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직장이나 이런 동종업종 같은?

박: 아니. 난 그냥 집에서 살림하고 애들 충실히 키우는 전업주부였어.

기자: 어 그럼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박: 원래부터 다리 양쪽 고관절이 문제가 있었지. 이사 오면서 더 심해져 수술을 받게 되었지

몸도 맘도 지쳐가고 우울증이 생길 즈음 수동에서 칼국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야. 그런데 어느날 체인점을 내신다고 하시기에 그냥 겁 없이 계약을 했지. 내가 요리는 못해 도 음식 보는 맛은 참 까다롭거든. 음식 장사니까 내가 좀 더 움직이고 덜 남기면 망하진 않겠지 하는 맘으로 그리고 주방장을 뽑아서 만드는 법을 배우라고 보냈는데 거기서 전화가 온 거야. 아줌마 정신 있냐고 다른 사람을 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기자: 그러게요. 보통은 사장님이 직접 가셔서 전수 받아 오시잖아요

박: 맞아 그렇지. 몇 번을 거기서 전화가 왔지만 난 그랬어. 우리 직원한테 모든 방법을 다 전 수해 주라고 그 다음은 내 방식대로 할 거니까. 난 사람을 믿어요. 믿는 만큼 그들도 나를 믿으니까.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나와 함께 하기로 온 내 사람을 믿고 귀이 여겨야죠. 우리 소영 직원들은 한 운명공동체예요. 우리 가게에는 10년 이상 된 분이 2분 이 계시는데, 우리 직원들이 스스로 떠나지 않는 한 난 언제나 그들과 함께예요.

그래서 난 재료만 사다줄 뿐이지 어떻게 만드는지도 지금까지도 하나도 모른다니까^^

주방은 맛 전문가에게 맡겨놓고 난 우리 직원들 일 잘할 수 있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심 부름 하는 사람이야.

기자: 그런 마인드를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대단하십니다. 사장님의 사업철학 내지 경영철학이 궁금해지는데요.

박: 나도 남매를 두고 있는데 아이들 장성하여 자기 일 하다보면 엄마들은 소외되고 인생이 헛헛해 지지. 나 또한 그랬어.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진짜로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을 만 난거지. 원래 사람 좋아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별별 일이 다 일어 나요. 그러나 내 집에 오신 손님 기분 나쁘지 않게 넉넉하게 모신다. 또 우리 가게 식구 들은 내가 책임지고 함께 간다가 내 신조야. 5천원짜리 칼국수 먹고 나가면서 5만원 의 행복을 느낀다고 말씀하신 손님이 계셨는데 그 때 너무 감사하고 보람 느껴지더라구 예전에는 내가 자식들한테 전화해서 뭐하냐고 물어 봤다면 지금은 자식들이 전화해도 내 가 받을 시간이 없어 엄마 바쁘니까 끊으라고 나중에 통화하자구.

작은 가게의 주인이든 큰 기업의 사장이든 크기의 문제지 경영을 하는 마음은 같다고 봐요. 사람을 귀이 여기고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는 것. 모래는 움켜쥘수록 손에서 빠져 나가지만 오히려 손에서 놓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이 내게로 오죠.

경영철학이라고 하기까진 뭐하지만, 내 것이 적더라도 함께 행복해지고 함께 오래가자가 내가 가게를 운영하는 마음이자 소영칼국수의 마음인거지.

기자: 인상적이네요. 사장님처럼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은 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박 : 지금은 아이 키우느라 집안 돌보느라 자신을 돌 볼 여력이 없는 우리 주변의 여성들에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건강은 꼭 지키면서 앞으로를 준비하시라구요.

아까도 말했듯이 나두 아픈 몸 운동으로 관리하면서 지내요. 그래서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지요. 그런 다음 나를 개발하라는 거지. 무엇이 재밌는지 잘 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진 잠재력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른답니다. “여러분의 책을 덮지 마세요. 다음 페이지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그것을 찾아 꼭 행복한 사람이 되 시길 바랍니다. 저처럼요.ㅎㅎ

 

▲ 박윤자사장님은 매년 5월 산남동 노인정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넉넉한 인심의 사장님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자신도 반성하며 오늘 참 멋진 분을 만났구나 하는 뿌듯함이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두꺼비마을신문 기자 서 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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