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주의 아파트 작은도서관 이야기<2>

   가깝고 편한 친구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늘 휴식과도 같다. 나는 작은도서관도 지역주민에게 그런 휴식과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터에서 뛰어 놀다 책을 보러 오거나 학교가 끝나면 친구 손 붙들고 재잘거리며 책도 읽고 숙제도 하는 집과 학원, 학원과 학원사이 달콤한 휴식처가 되었으면 한다. 가끔은 저녁시간에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슬리퍼를 끌며 잠옷 차림으로 도서관을 찾아 잠들기 전 그림책을 읽는, 큰공공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값진 풍경이다. 어쩌면 작은도서관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 깊이 가깝고 편한 친구가 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작은도서관 운영자는 작은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쉽고 편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에만 만족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법 제2조(정의) 4항 가목은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법" 제2조(정의) 1항은 “도서관”이라 함은 도서관자료를 수집, 정리, 분석, 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기타의 정보이용, 조사, 연구, 학습, 교양, 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도서관 자료란 장서 즉  책을 이야기 한다. 즉 도서관의 핵심 요체는 책이다. 그러나 수많은 작은도서관들이 책이 없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물리적인 책은 놓여 있지만 책을 통하지 않은 활동들을 학원이나 문화센터처럼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 오늘날은 장서보다 사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도서관 본연의 가치와 철학을 잃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단기간의 유익함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역주민의 독서문화 증진에 기여하기는 어렵다.

 

▲ 핀란드의 <파실라도서관>

북유럽의 도서관 탐방 경험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다양한 공간과 활동들 속에서도 모든 것이 책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서관의 인테리어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발상을 기초로 디자인되었고 모든 소품들 하나하나 책과 연관되는 것들로 구성되어 소품을 통해 책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며,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와 미술도구들과 요리시설, 3D프린트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곳에는 어김없이 참고할 수 있는 도서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뜨개동아리의 경우 책을 읽어주고 들으며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운영 하였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과 놀이와 학업에서 책의 역할을 매순간 상기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작은도서관들도 지금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와 강좌들을 점검하며 어떤 책을 구비하고 지원할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도서관이 공공도서관답지 못한 공간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면 이용자는 분명히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생활밀착형 공간으로서 아파트 작은도서관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도서관법" 제1조에 명시된 도서관 본연의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써 책과 함께 다양하게 활동 영역을 확대하여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 자리하여 가까운 곳에서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책을 매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때론 함께 시를 낭송하며 자칫 독서라는 어려운 취미를 쉽고 편하게 접하게 한다. 또한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갖게 하여 미래의 독서인구 확대와 지역의 독서문화 향상에 기여한다.
또한 은퇴자 및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도 멀리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으로 큰활자책을 통한 독서를 즐기고 취미와 문화생활을 동아리 활동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여 노년의 시간을 유익하게 만든다. 이렇듯 아이와 어른, 노인 세대 구분 없이 마음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공간은 마을에서 작은도서관이 유일하다.
   더불어 책을 매개로 주민이 모이면 소통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삶의 지혜를 배워 각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특히 작은도서관의 자원활동가들의 경우 도서관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깨닫고 봉사의 가치와 공동체의식이 생겨나 성숙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이렇듯 작은도서관은 이용자도 봉사자도 성장하게 만든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의 생활문화공간으로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직장인들과 가사와 육아로 여유가 없는 주부, 장거리 이동에 제약이 많은 어린이와 노인 및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책과 관련된 독서문화교육, 책놀이와 공예체험, 취미 및 교양강좌, 소모임 활동, 지역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이용자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의 생활밀착형 주민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의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은 지역주민의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평생교육법 제2조제1호).
지역의 평생학습관련 기관들은 작은도서관과 연계하여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의 평생학습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과 봉사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며 지역주민들을 모으는 역할의 중심에 서서 마을주민의 학습 모임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평생학습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 도서관 본연의 목적을 살려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산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가 청주시 평생학습관과 연계한 행복학습센터사업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역할을 하는 작은도서관이 법에서 정의한 공공도서관의 한 범주로서 인정되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의 배치나 운영의 독립성과 예외성 등 특히 아파트단지 내 작은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이 상충되는 지점들을 알고 법과 제도를 개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후에 이러한 부분들을 짚어 보려한다.<2회끝, 3회로 이어짐>

 / 박민주(문헌정보학석사-정사서2급, 전 산남푸르지오작은도서관 초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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