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의 설치도 그 필요성이 증가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물려준 유일한 재산을 아버지의 친구라는 사람이 서류를 위조하여 편취했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그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여 패소하고 말았다. 항소했고,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재판이 바로 열리지 않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시작되었다. 재판부가 담당하는 사건이 많아서 그런지 증거신청을 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가급적 일찍 재판을 끝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심도 역시 패소했다. 패소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의문이 든다.“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긴 한 걸까?”
우리지역 고등법원 재판부가 기존 1개에서 2개로 증설되었다. 고등법원 재판부 1개 증설이 뭐가 특별할까 의문이 든다면 당신이 위 사례의 당사자라고 가정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판사도 사람이다. 담당 사건이 지나치게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한편 법원 입장에서는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는 사건을 충분하게 심리하지 못할 우려가 높아진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사건수를 인위적으로 줄일 수는 없으니 판사를 늘리는 것이다.
대법원이 13일 고위법관인사를 통해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의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했다. 앞으로 청주원외재판부의 재판부가 2개로 운영된다. 우리지역에는 지난 2008년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가 1개 설치되어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을 청주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우리 지역의 고등법원 사건이 증대함에 따라서 기존 1개 재판부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청주원외재판부 소속 법관들의 업무 과다로 이어져, 재판 지연은 물론이고 나아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졸속재판의 우려까지 제기되어 왔다. 이에 충북변호사회에서 작년 10월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 증설TF'를 구성해 자료를 수집하고 도민대토론회를 열었으며, 대법원, 법원행정처,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 등을 상대로 꾸준하고 적극적인 청원활동을 했다. 도의회는 재판부 증설 촉구 건의문을 채택해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고, 도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에 재판부 증설을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이번에 고등법원 증설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재판부가 1개 더 증설됨에 따라서 그 동안 대전고등법원 본원에서 담당하던 충북 도내 선거범죄·재정신청 관련한 모든 재판은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가 맡는다. 그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선거범죄와 재정신청 사건의 일부는 대전에서 재판이 진행돼 지역 정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의 불합리한 점이 있었고, 이로 인해 도민의 정당한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지연된 재판은 재판 거부와 같다’는 법언이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27조에서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고등법원 재판부 증설과 비슷하게 우리지역에 ‘가정법원’의 설치도 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보통은 지방법원 안에 ‘가사부’라는 재판부가 있지만, 가사 관련사건이 많으면 별도의 가정법원으로 독립시킬 수가 있다. 가정법원이 흔히들 이혼사건만 담당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이혼, 상속 등의 가사사건은 물론이고 소년사건, 가정보호(가정폭력)사건도 담당하는 등 담당 범위가 넓다. 최근 사회구조와 가족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이혼, 가정폭력, 청소년 탈선 및 비행 등의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서 가사사건, 소년보호사건, 가정보호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사법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참고로 우리와 사건수가 비슷한 울산에 이번에 가정법원이 설치되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그리고 ‘딸딸이’ 아빠로서 가정법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가정법원의 설치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사항’이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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