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찾아간 백비헌 2층 한옥마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배너 현수막을 설치하느라 분주한 마을신문 조현국편집장님, 아이들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청소년 기자단 박은경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부터 나누었다. 한숨 돌리고 나니 나무향 고즈넉한 한옥 경관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실내를 미처 다 둘러보기도 전에 카페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 까르르 웃음소리가 경쾌하기 그지없다.“좋을 때다. 엄마도 너만 할 때는 낙엽만 굴러도 웃었지.” 문득 친구들과 속닥대며 깔깔 거리던 시절, 우리를 보며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그래, 그랬지. 낙엽만 굴러도 마냥 좋았지. 다기가 놓인 탁자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들 모습이 사랑스럽다.
속속 아이들이 도착하고 탁자마다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채워지자 백비헌의 윤수정부원장님이 차(茶)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 봉지에 든 인스턴트커피를 휘휘 저어 먹는 것이 다였던 터라 아이들 틈에 끼어 앉은 나도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었다.
강의 후 직접 차를 내려 함께 마시는 시간. 팽주 역할을 자처하고 보이차를 내리는 아이들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꾹 다문 입으로 차를 내리는 모습이 실험 도구로 과학실험을 하듯 진지한 남학생들은 아니나 다를까 과학봉사 동아리 친구들이다. 아이들의 색깔이 매순간 드러난다.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빛처럼 새어나온다.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탁자 사이를 다니다가 찻잔에 다식으로 내놓은 대추를 띄워 놓은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다도를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어찌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기발함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휘된다. 아이들이 따라준 차를 연거푸 받아 마셨다. 붉은 빛이 도는 말간 보이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넘기자 따뜻한 기운이 입안에 퍼지며 향긋하고 달짝지근하다. 보이차에 몸이 녹고 아이들과의 수다에 마음이 녹는다.
차(茶) 특강 시간을 마치고 아이들과 잠깐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 무슨 이야기를 함께 할까 고민한 끝에 올해 청소년 기자단으로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찾아 서로 나누고, 자기가 바라는 모습을 일구어 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과 성품을 친구들이 찾아 주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트잇에 올해 내가 청소년 기자단 활동에서 바라는 모습을 깨알같이 적어내려 가는 아이들이 놀랍고 기특하다.
청소년 기자단에서 도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이, 밝고 활기찬 모습이고 싶다는 아이, 뭐든 열심히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는 아이,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친해질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아이.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소망이 없다. 그리고 그런 소망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친구의 눈을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청소년 기자단 멘토라는 거창한 이름이 주어졌지만 이름과 무관하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 어쩌면 진정한 멘토는 스스로를 믿는 자기 자신과 함께 길을 걷는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
올 한해 스스로와 함께 하는 친구들을 믿고 소망하는 모습을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가는 청소년 기자단이길 바란다. 그 첫걸음을 함께 한 오늘, 마음 가득 훈풍이 분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