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학교 이야기 3탄
덴마크의 자유교육 관련 협회와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이 비슷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왜 이곳 덴마크에 왔나요?”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사회시스템은 책이나 인터넷 정보로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만난 사람들에게서 가지 않고는 알 수 없었을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존재로서의 교사’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교사 양성 기관인 자유교원대학 방문에서였다. 학교 탐방 첫날 아침 8시, 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모닝 어셈블리가 있었다. 평화를 주제로 진행하는 학생은 당당해 보였고 참여하는 학생들은 진지하고 유쾌했다. 회의 후 다양하게 진행되는 오전 수업 중 스토리텔링 수업을 참관하였다. 그룬트비가 강조한 ‘살아있는 말’이 수업 속에서 어떻게 배움으로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다 같이 가볍게 몸풀기로 시작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로 만나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으로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 시간에는 한 학생이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머지 학생들이 자세, 목소리, 듣는 입장, 이야기 구조 등 하나의 관점에 집중해서 보고 피드백을 들려주었다. 교수님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에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편안해 보였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했고 자유로워보였다.
학교를 둘러본 후 이루어진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교사이기 이전에 자유롭고 개성 있는 한 사람이라는 말이 ‘교사는 이러 저러해야 한다.’가 아니라 그저 한사람의 자유인으로 존중받고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였다. 예비 교사들의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은 수업시간이며 점심시간 등 어느 시간,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교사 혹은 학생이라는 역할 이전에 존재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삶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 덴마크 자유교육의 지향점이라 여겨졌고, 이것은 내가 지향하고 싶은 배움의 길이기에 가슴 뛰는 감동으로 남아있다.
인터뷰에서 덴마크 교육 관계자들은 PISA 보고서 등으로 확인되는 덴마크 학생들의 학력저하 우려로 한국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문제풀이식 수업에 지친 한국의 학생들을 보며 오히려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가슴 아프지만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갖는 희망의 한 자락은 이 여정을 함께 한 동료 선생님들이다.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과 사회구조 속에 태어나고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변화를 꿈꾼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배우고 가겠다는 사람들, 그 치열함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했고 또 나아가게 하지 않을까?
실은,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의 선생님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과 개인적인 삶을 공유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질문과 두려움이 앞섰다. 또 한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지지 않고 두려움과 질문을 갖게 된 것이 반갑다. 이제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지금의 나를, 우리를 보듬어주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발걸음을 함께 또 만들어 가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이번 여행 또한 의도하지 않은 선물을 내게 남겼다. 부족한 대로 지금의 나를, 우리의 교육을 조금 더 수용하게 된 것.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일상에게 깊은 감사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그래서 함께 한걸음 더 나아갈 힘을 내 안에서 찾은 것이 이번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추주연(경덕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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