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학교이야기 2탄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는 초·중등 과정을 마치고 고등 과정에 진학하기 전 자신의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고자 만들어진 기숙학교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공동체 생활 속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에프터스콜레는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에 영향을 주었고 강화도에 한국형 에프터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가 세워지기도 했다.
1851년 그룬투비의 제자였던 크리스튼 콜에 의해 처음으로 설립되었고 현재 덴마크에는 축구, 음악, 미술,연극 등 다양한 주제로 250여개 에프터스콜레가 운영되고 있다.
덴마크 사람들은 갭이어(Gap year)가 비록 비용은 많이 들지만 더 큰 경험과 도전, 배움의 시간이며 미래를 위한 행복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에프터스콜레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학교생활에 만족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란다. 에프터스콜레를 다닐지 말지, 다닌다면 무슨 과목을 배울지 어떤 공부를 할지 모두 아이들이 선택한다.
에프터스콜레의 아이들은 요리와 청소를 함께 하고 봉사활동 등을 통해 공동체에 참여하게 되는데 부모들은 주말이면 집에 와서 스스로 요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들과 선생님의관계가 특별해 보였다. 에프터스콜레의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같이 일하고 요리 하고 숙제도 함께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는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를 정도로 교사와 친밀했다.
우리가 직접 찾아간 베스트핀스 에프터스콜레(Vestfyns Efterskole)는 덴마크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에프터스콜레로 36명의 학생들이 기숙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침 7시에 식사 준비로 일과를 시작하며 주로 실용적인 내용을 배우고 농사일과 목축을 함께 한다. 항해술을 배워 항해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트랙터 면허를 따는 아이들도 있었다.
▲ 학교를 안내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안내로 교실과 목공실, 축사, 기숙사 등을 둘러보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이 붙은 기숙사 방은 우리나라 여느 아이들의 방과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기숙사 바로 옆 건물에는 다락방처럼 예쁜 거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녁 시간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아이들이 직접 목공 작업으로 만들고 꾸몄다고 한다. 헌데 그 공간의 창문이 깨진채로 있었다. 왜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두었는지 묻자 “우리가 깬 유리창이라 우리가 갈아 끼워야 해요.”라고 대답한다. 문득 담임을 할 때 아이들이 깬 유리값을 부모님께 청구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행정실에서 유리창을 갈아 끼웠던 경험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경제적 배상으로 책임을 졌을 뿐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은 자기가 깬 유리창을 갈아 끼울 일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살면서 유리창을 직접 갈아 끼워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웃음이 났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직접 요리하고 준비한 음식들로 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한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다 같이 노래를 불렀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이 정리와 설거지를 함께 한다고 한다.
하루를 꼬박 함께 지내면서 일상의 삶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쟁을 내려놓고 공동체의 삶을 학교에서 경험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놀랍고 부러웠다. 멀고 먼 나라 덴마크에서 에프터스콜레에서 진정한 ‘삶을위한교육’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까운 우리 마을에서도 삶을 위한따뜻한 교육을 꿈꾸어 본다.
▲ 베스트핀스의 실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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