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두꺼운 외투가 꼭꼭 필요한 날씨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늘 바쁘시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엔 엄마는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날보다 교육을 받거나 도서관에서 봉사중이거나 마을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계신다.
10년을 엄마랑 살다보니 이제 마을 구석구석에서 엄마를 잘 찾아낸다.
오늘도 엄마는 교육을 다녀오셨다. 학교 다닐 때 공부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이제 공부 그만하면 안 돼요?”
엄마는 이번이 마지막 공부란다. 엄마가 새로 시작한 공부는 청주행복교육지구 ‘행복교육 활동가’ 양성교육. 학부모, 교사, 대학생 등 청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인기가 많아 겨우겨우 어렵게 듣게 된 거라며 신이 나셨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시더니 요즘은 평생교육시대라면서 조금 말을 바꾸면서... 내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교육청에서 수업을 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나는 또 엄마가 교육을 듣고 회의를 한다고 하니 조금 눈앞이 깜깜해진다.
나는 조금 시골인 내 고향 청주가 참 좋다. 또 산도 있고 두꺼비생태관이 있어서 공기 좋고 법원, 검찰청, 도서관도 많은 안전한 우리 마을이 참 좋다. 동네이모들이 도서관선생님들이고 요즘은 ‘마을이 학교다’ 라며 언니오빠들을 위해 주말마다 의사, 연극배우, 약사, 요리사 등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게 해주시는 마을신문도 있어서 자랑스럽다. 또 청주가 다함께 우리들을 위해 행복교육사업을 한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참 특별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힘이 든다. 그렇지만 나도 엄마를 좀 더 이해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나도 엄마가 조금 자신의 아이들보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애쓰시는 게 고맙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또 엄마를 따라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마을신문에서 교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 엄마가 마을선생님이 되면 나는 마을선생님 조수가 되어 내 꿈을 미리 연습해 보려고 한다. 마을선생님 조수가 되면 재미있기도 하겠지?^^ 조금 기대도 된다! 생각해보니 우리엄마는 나를 좀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참 좋은 엄마다.


<짱아의 일기>를 읽고 어린 시절 내가 떠올려졌다. 공무원이시면서 일 년에 두어 채 집을 지으셨던 아빠. 아빠가 직장에 계시는 낮에는 엄마가 늘 건축현장을 지키셨고 나도 짱아처럼 학교를 마치면 현장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곤 했었다. 그 시절 흔치 않았던 자장면을 먹을 수 있고 목수아저씨와 도와주시는 이모들이 예뻐해 주셔서 엄마를 찾아가는게 힘들지만 싫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피할 수 없어서 즐거움을 찾았던 건 아닐까? 우리 짱아도 나를 찾아다니고 함께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었구나. 미안하고 고마웠다.
일기를 쓰고 누운 짱아에게 “짱아야~너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꿈을 키워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엄마도 그래. 행복교육 활동가 수업을 가면 짱아가 다니는 학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행복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준대. 교육활동가로서의 역할, 인권평화, 민주시민, 놀이, 생태환경 등 교육도 배우고 같이 회의하고 연구한대. 이번 교육을 잘 들으면 마을에서나 학교에서 마을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데... 기대되지 않니?”
“엄마! 그럼 나 꼭 조수 시켜주기다! 약속~”
“그래, 엄마는 행복교육 활동가! 울 짱아는 미래의 행복교육 활동가!
▲ 행복교육지구사업의 주축이 될 ‘행복교육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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