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생태문화관 <박종무 작가와의 만남>을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 오전,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의 저자인 박종무 선생님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박종무 선생님은 현재 동물병원 원장님으로, 사춘기 딸의 아빠로, 동물보호 시민단체 KARA의 이사로, 블로거로, 생명에 관한 책을 쓰시는 작가로 바쁘게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유난히 맑은 날씨였던 10월의 주말, 이런저런 볼 일도 많아 잠시 앉아있다가 딸아이만 두고 올 생각이었는데, 강의 내용에 푹 빠져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인 줄만 알고 참석했던 딸아이도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지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냥 머릿속에 남겨두기에는 너무나 귀한 강의 내용이라 형편없는 필력이지만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인간의 삶은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의 삶은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즐겨먹는 돼지, 닭, 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병에 걸려 영문도 모른 채 땅속에 묻히는 돼지들과 좁은 케이지 안에서 사육되는 닭의 모습, 오염된 축사에 앉아있는 소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았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치킨, 반반치킨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닭은 태어나면서부터 성감별로 삶과 죽음이 선택된다. 그렇게 선택된 병아리는 자라면서 비정상적인 환경과 성장 속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뾰족한 부리로 다른 닭을 쪼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태어난 지 5~7일 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의 부리를 잘라버린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자란 닭들은 스트레스로 죽게 되거나, 비정상적인 성장을 하며 35일 정도 키워 비용 대비 성장률이 적다는 이유로 도살장에 보내게 된다. 그렇게 유통되는 닭고기 한 마리는 치킨 한 박스를 가득 채우지 못했고, 치킨업계의 고객확보 마케팅 일환으로 반반치킨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돼지나 소의 삶도 별반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좁은 우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틀에 가둬 오직 새끼에게만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돼지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나마 환경이 나아보이는 소 또한 원래 먹이인 풀 대신 옥수수를 먹임으로써 가스가 차고 장 내 세균이 발생하는 고질병에 걸려 항생제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나의 생명이 아닌 철저하게 인간의 단백질 공급원으로만 취급하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가축은 병이 들었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경시하고 자연을 파괴해도 되는 것인가?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는 38억 년 동안 진화해 지구상에 많은 생명체를 생겨나게 했다. 지구의 역사 속에 인간은 등장한지 오래 되지 않은 존재이다. 사람들은 인간이 가진 과학과 기술의 발달 덕분에 지구에서 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변화한 식생활, 농업의 발달,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매년 3만 종이 넘는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다. 지난 30년 간 야생동물의 50%가 멸종하였고, 이를 가리켜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은 ‘제6의 멸종’이라고 하였다. 이를 알면서도 인간은 본디 자연의 법칙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켜 왔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를 돌아볼 때 모든 생명체는 함께 하는 공존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의 변화를 혼자 감당하며 산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기에 모든 생명체는 다른 종들과 협력하여 함께 진화 했던 것이다. 지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도 인간이 강해서가 아니라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이 공존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핑계 아래 자연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연 우리는 지금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인간의 삶은 급격하게 병들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기술의 발달로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마치 도살되는 가축들의 모습처럼 처참하기만 하다.
2011년 국세청의 소득분포도를 보면 전체 소득의 40.1%를 상위 10% 사람들이 차지하고, 45.7%의 소득을 40%의 중산층이, 전체 소득의 14.2%를 50%의 서민들이 나눠 갖게 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슬픈 현실을 알 수 있다. 소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 청년 실업은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존을 거부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또 지구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바다에 묻히는 비극적인 일 또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일까? 급격한 기후변화와 병든 가축의 생매장, 자원 고갈 등 당면한 문제들을 보면 더 이상 인간만의 방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과도한 고기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를 아껴쓰며,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생활을 시작해야겠다. 앞으로 인간이 모든 생명들과 서로 나누고 존중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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