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매스컴에선 계란 이야기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살충제 달걀, 2위가 계란이다.
뉴스에서도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살충제달걀이 무엇인가?, 달걀 몇 개까지 먹어도 안전할까? 등 한마디로 난리다. TV 영상으로 달걀 수십만 개가 폐 처분 되고 닭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만히 있어도 꼬끼오 소리가 들릴 것처럼 마트 계란 판매대 앞에서 수군수군, 엄마들 모임에서도 달걀 이야기가 한창이다. 달걀가격이 폭락했다는, 또 오염된 달걀번호가 몇 번인지 알려주는 뉴스를 함께 보던 짱아가 한숨을 쉰다. 땅이 꺼질 것 같다. 일기를 쓰던 짱아가 “엄마, 난 그냥 닭이 너무 불쌍해" 그런다.

짱아의 일기
닭! 닭! 닭! 나는 다 잘 모르겠는데 그냥 닭이 너무너무 불쌍하다. 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책을 봤는데 닭들은 자기 아이들을 키우는 게 꿈이라고 한다.
엄마는 나랑 짱구오빠를 키우는 게 당연하고 생활인데 ... 근데 닭들은 닭장 모양이 달걀을 낳아도 볼 수 없는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한 번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자기 주인들이 아이들을 잘 키워줄 거라고 믿고 있을 텐데 저렇게 다 죽게 하는 걸 알면 얼마나 슬플까? 눈물이 막 날 것 같다. 아무리 사람이 아니라고 몸에 벌레가 있다고 죽을 만큼 나쁜 살충제를 그냥 막 뿌려버리고 오염되었다고 그냥 죽이고 버려 버리고 사람들이 너무 나쁜 거 같다. 어른들이 왜 그럴까? 내가 어른이 되면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나는 착한 어른이 되고 싶다.
‘서로를 보다’라는 책에선 동물들이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라고 말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닭들이 살고 있는 작은 통 속에서 다 꺼내주고 내가 달걀 안 먹어도 되니까 아이들을 키우게 해 주고 싶다.
닭도 엄마인데 아이들을 키우는 게 꿈이라니 너무 슬프다. 닭들아 내가 어른이 되면 작은 집에서 다 꺼내줄게. 조금만 기다려. 파이팅!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어린 시절 4계절이 뚜렷한 기후가 우리나라의 장점이라 배웠었는데 점점 아열대성기후로 변해간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오존층의 파괴로 생태계가 교란되고 이로 인한 폐해는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어른들은 여전히 닭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DDT성분의 기준치만 넘기지 않으려고 미세한 양의 차이만을 걱정한다. 단지 내가 먹던 달걀이 여전히 마트에 그대로 있는지 없는지 달걀번호를 확인해가며 또 얼마간이 지나고 또 잊혀 질 것이다. 그저 품목만 달라질 뿐 ... 우리는 또 어떤 다른 생명체를 수치화하고 분석하고 버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이들에게는 산을 보라하고 우리는 나무만 본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답이 보이는데 우리 눈으로 보면 첩첩산중의 세상이다.
진드기와 해충을 없애고자 사용된 살충제들이 먹거리에 그대로 남아 성분 검사에서조차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 또 허술한 검사를 지적하고 결국엔 미량이라 괜찮던지 다 버리면 되는 세상. 또 시간만 지나버리면 잊혀지는 세상. 그 닭과 함께 누구는 죽고 또 누구는 산다.
늘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모두가 착한 어른이 되어야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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