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두꺼비마을 사진콘테스트 대상(풍경 부문) 피원기 선생 인터뷰

▲ 두꺼비생태공원에서 만난 피원기 선생 부부 사진
‘인연소기(因緣所起)’라는 말이 있다. ‘인연’에 따라 세상만사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피원기(82, 산남부영사랑으로) 선생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런 ‘인연소기’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두꺼비가 마을을 만들고 마을이 신문을 만들고 마을신문이 다시 사진콘테스트를 열면서 만난 인연! 인연의 고리가 되어준 ‘사진’을 중심으로 피원기 선생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사진이 참 좋아요.
사진을 찍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그림을 그리려고 하다가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원래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은 여러 군데서 배웠고요, 민화, 사군자, 한국화 가리지 않고 그려요. 민화는 전문 작가만큼 그릴 수 있어요. 민화라는 게 남의 그림을 본을 뜨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사진 찍는 게 필요하더군요.

▲ 피원기 선생의 블로그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사진도 잘 찍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사진 찍는 데 유리합니다. 구도를 잡는 데 익숙하니까요. 꽃을 찍더라도 꽃만 찍을 건지, 꽃 전체를 찍을건지, 꽃의 배경까지 찍을 건지는 구도가 결정합니다. 

사모님과 같이 두꺼비생태공원 같은 데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걸로 동네에서 유명합니다. 언제부터 그러셨나요? 
정년퇴직한 지가 20년이 넘어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81세예요. 퇴직(충북도청)하고 나니 만고강산에 할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농사도 한 5-6년 지어봤고, 복지관에 가서 그림도 그려보고... 그러다가 아내랑 함께 할 수 있는 게 뭐 없나 찾다가 ‘사진’을 같이 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쁜 말로 살살 꼬셨죠.(웃음) 
사실 애들 집에 놀러가는 것도 부담스럽잖아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애들 집에 안 가요. 둘이 산 지 20년이 훨씬 넘으니까 둘이 뭔가를 해야 하잖아요. 아내랑 함께 원흥이방죽 일대의 풍경을 찍기도 하고 서로 모델이 되어 찍어 주기도 하고 해요. 그리고 공주 등이나 외지의 경치 좋은 곳으로 같이 사진을 찍으러 가니 같이 여행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도 생긴 거죠. 

▲ 원흥 거미줄 사진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 게 힘든데 정말 부럽습 니다. 육안으로 본 두꺼비마을, 앵글로 본 두꺼비마을 중 어떤 게 더 예쁜가요?
앵글이 더 예뻐요. 두꺼비생태공원을 배경으로 멋있는 연인들을 모델로 찍으면 좋겠는데, 본인들이 원할지 몰라 못 찍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오던데, 찍어도 막상 내놓지 못하겠더라고요. 초상권이 걸려서요. 젊은 사람들이 두꺼비생태공원의 모델이 되어 주면 좋겠어요.   

사진으로 많이 봉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노인정 일을 봐 달라고 해서 사진 찍는 거 봐 줘요. 아파트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도 사진 많이 찍어요. 봉사로 찍는 것이 참 많아요. 경로당 회원들은 사진이라는 걸 전혀 몰라요. 청소를 하면 시에서 보고를 하는데 팔십이 넘은 할머니들이 무슨 수로 보고해요. 재빨리 사진 찍고 컴퓨터로 보내주는 걸 제가 도와줘요.

▲ 맹호도(70X135). 캄보디아 갔더니 이북 그림이 있어 카메라로 찍어 와서 그린 그림. 그림크기가 문짝만 하다
하루는 두꺼비생태공원 박완희씨가 “두꺼비생태공원 야생화를 찍어서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주를 안 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꽃이 필지 모르니 연락만 해 달라. 연락만 주면 봉사할 마음이 되어 있다.”고 했죠.  
 
피원기 선생은 ‘늙은 청춘’이라는 모순된 어법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 직접 블로그도 운영하고 그림도 그리고, 막걸리도 좋아하는, 정말이지 ‘늙은 청춘’맞다! 그에게 사진은 노년 부부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매개물이자 마을공동체에 봉사하는 도구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낄 필요 도 없고, 사는 그날까지 편안하게 살면 돼요.”라며 낙천적인 태도로 노년을 즐기고 있는 피원기 선생, 청춘 같은 팔순 시대를 살고 있는 분이 같은 동네에 있어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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