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살충제성분이 잔류한 달걀이 판매된 사건이 파장을 일으키자 우리나라에서도 그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지적되었던 것이었으나 일정한 사회문화적 조건과 맞아떨어져 언론의 관심을 끌고 사회적 문제로 파급된 것이다.

공장식 양계에서 문제가 되는 항생제 사료 문제와 양계장의 진드기 벌레 등을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 살포문제이다. 항생제 사료를 먹이면 공장식 닭장에서 닭에게 발생하는 각종 질병을 예방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육계의 몸과 산란닭이 낳는 달걀에 그대로 그 성분이 그대로 남아있어 먹이사슬에 속해 있는 인간 소비자들의 몸에 그 항생제가 투여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무항생제 달걀을 선호하고 그것은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현대에 모든 식품의 문제는 사람의 몸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마치 닭이나 소, 돼지 등 사육하는 식품용 동물들이 그들의 몸과 그것 자신의 생물적 권리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분화하듯이 그것을 식품으로 먹는 인간의 몸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환경적 영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환경의 오염으로 인한 몸의 오염이다. 현대 유럽적 생활방식에서 인간은 몸의 외적 청결을 유지하는 주거 문화생활을 확립하여 몸의 외적 청결과 그것으로 인한 건강문제는 많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식품문제는 몸의 내적 오염문제를 일으키는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전통사회에서 식품은 자연조건에 가까운 생육환경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살충제 닭과 달걀 문제에서 보듯이 더 이상 자연 상태(그 자연 상태도 오염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가 아닌 인공적 생산조건에서 생산되는 식품이 우리의 식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인간의 몸은 새로운 오염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만드는 빵도 이러한 오염의 환경적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한국에서 제빵업자들에게 달걀은 밀가루만큼이나 중요한 재료이다. 한국사람들이 먹는 빵에서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빵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위해서 달걀은 필수적인 재료이다. 달걀은 밀가루와 섞이면서 빵을 부드럽게 해 주고 단백질 막을 형성하여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를 잘 포집할 수 있게 해주어 잘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가열했을 때 형태를 잘 잡아 고정해 주기 때문에 잘 부풀려져 부드럽고 기포가 많은 빵을 선호하는 한국형 제빵에서 필수적인 재료이다. 그런데 이 달걀에 살충제가 들어가 있다니!

이미 달걀 알러지 때문에 달걀을 넣지 않은 빵을 찾는 사람들은 그런 빵을 구하기 쉽지 않은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유럽식 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빵을 먹는 지역의 전통 식빵들은 아주 단순하게 빵을 만들었다. 즉 밀가루와 물, 소금만 가지고 만드는 것이 전통적 주식으로서의 빵이었다. 그러나 점점 더 맛있는 빵, 입에 부드럽고 보기 좋은 빵들이 등장하여 빵가게(윈도우 베이커리)에 진열되고 거친 식빵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유럽식 사워도우라는 것은 사실 전통적 거친 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달걀로 인한 제빵업자들의 위기에서 기본적인 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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