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야! 성년이 된 걸 축하한다. 지금 아빠는 2017년 7월 7일, 너의 두 번째 생일에 이 편지를 쓴다. 지금 이 편지가 19살의 너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란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중력파’로 주인공이 과거의 딸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중력파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아빠도 질량이 있어서 그런 중력파를 낼 수 있거든. 단지 네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지. 아니 어쩌면 미래의 너는 지금 아빠의 마음을 즉시 느낄 수도 있어. ‘양자역학’에 의하면 한 근원에서 태어난 한 쌍의 입자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쪽 양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즉각적으로 다른 양자에게도 그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거든, 너는 내 일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 아빠의 마음이 17년 후의 너에게 즉시 전달될 거야. 집중해봐.

성년이 된 지아에게 아빠가 말해주고 싶은 것 중 첫째는 ‘자유’인데, 어려서는 부모와 학교, 젊어서는 직장, 결혼하면 가정에 얽매이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그럴 수도 있어, 오해는 하지 마, 그런 구속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아니야. 아빠는 지아가 대학도 가고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했으면 좋겠어. 다만 그 속에서 자유를 누리고, 찾으라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아빠도 몰라! 너 스스로 찾아봐. 다만 아빠는 사정상 나이 40에 운 좋게 시험에 합격해서 결혼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난 그냥 성공하고 싶어서 살아왔거든, 시험합격이 목적이었고, 그 목적을 이룬 지금은 또 다시 변호사로서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거야. 행복이 목적이 아니고. 아빠를 비롯한 그 윗세대들은 다 그랬어. 뭐가 중한건지 모르고 그저 일, 돈, 식구들만 보고 살아왔던 거지. 그래서 막내야! 왜 일을 하고,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그리고 우리 가정에만 한정하지 말고 우리 사회, 지구, 나아가 우주로까지 시야를 넓혀봐. 아빠가 보지 못한 것을 너는 봤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사람’이야.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만나는 거야. 그래서 꼭 남자도 많이 만나보고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되면 그 때 결혼해도 늦지 않아. 아빠가 이혼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연애경험이 아예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좋은 면만 보고 결혼을 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 아빠는 어땠냐고? 아빠도 적지 않은 연애를 했고, 미친 짓도 했어. 그러다가 뭔가 깨달음을 얻은 후에 네 엄마를 만난거지. 그게 뭐냐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 자세한 건 네 엄마한테...

끝으로 사랑하는 막내에게 아빠가 해주고 싶은 것은 ‘생존’이야. 살아남는 거. 며칠 전에 네 또래 3살 아이가 부모가 채운 개목줄에 질식사했고, 또 어느 초등생 언니는 사이코패스 여고생 언니의 꼬임에 빠져 무참히 살해당했으며, 몇 년 전에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탄 배가 침몰하여 짧은 17년의 ‘세월’을 마감하고 말았단다. 그러니 지아야! 차조심 하고, 물조심 하고, 특히 ‘사람’조심 하고.... 네 할머니가 늘 아빠한테 하시던 말씀이다. 물론 아빠도 조심조심해서 지아가 성년이 되고, 또 결혼식장에 울 막내 손잡고 들어갈 때까진 살아있을게. 아빠는 니가 태어나고 나서 30년 친구인 ‘담배’를 끊었단다.

막내야! 혹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불안한 미래, 진로고민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니? 전자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고, ‘빛’과 ‘어둠’이 별개가 아니듯이, ‘천국’과 ‘지옥’도 내세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서 있는 이곳이 어떤 이에게는 ‘천국’인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일거야. 또 오늘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내일은 뜻밖의 행운이 따를지도 몰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야. ‘결정’되어 있는 동시에 ‘선택’할 수도 있어. 그러니 지아야! 인생은 넓고 길게 보아야 하고, 또 순리대로 살아야 하지만, 때론 네가 선택을 해야 하는 힘든 순간이 올 거야. 그 때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지금 공부하고, 땀 흘리며, 사랑하는 거란다.

2034년 7월 7일, 다시 한 번 지아가 무사히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하고, 아빠랑 술친구가 된 것을 더 열렬히 환영한다. 2017년 7월 7일, 과거에서 아빠가...

▲ 최우식(사람&사람)변호사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