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포비아’ 등 소비자 불안 확산... 정부 차원의 식재료 관리 및 조리 기준 확립이 필요

지난해 9월 25일 4살 여자아이가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복통을 호소했다. 이후 아이는 출혈성 장염과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판정을 받았으며 두 달 만에 퇴원했지만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되어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햄버거병’으로도 불리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급성신부전 등을 일으키며 어린이와 노인에 더 자주 발생한다. 또한 이 균은 가축 등의 장 속에 서식하며 균에 오염된 고기나 물, 채소 등의 섭취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5일, 영아의 부모가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먹은 햄버거 패티가 덜 익어 내부에 존재하던 세균으로 인해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분쇄육의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균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덜 익었을 경우에는 균이 사라지지 않아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발병의 원인으로 덜 익은 패티가 지목되자 맥도날드는 지난 10일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햄버거병’이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원인을 특정한 음식에 한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는 “당일 해당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여개 판매됐지만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맥도날드 측은 "해당 패티의 경우 정해진 조리 기준에 따라 동시에 8~9장이 구워진다"며 "당일 해당 매장의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는 정상적으로 기록됐고, 해당 고객의 민원으로 같은 해 10월18일과 올해 6월20일 등 관할 시청 위생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매장을 방문해 위생 점검 실시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 여성이 자신의 아들이 맥도날드 제품을 먹은 뒤 출혈성 장염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맥도날드를 추가 고소한 사건이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황다현 변호사는 “이번 피해 사례는 다행히 용혈성 요독 증후군 합병증까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초기 진행 양상이 지난번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와 동일하다”며 수사기관이 그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커지면서 맥도날드에서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들과 다른 소비자들의 제보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몇몇 네티즌들 또한 “2년 전 맥도날드에서 먹다 덜 익은 패티를 발견했다”, “구청에 신고했지만 위생 점검 나가겠다는 것이 끝이었다”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햄버거 패티가 주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도한 공포 조장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 독일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채소를 먹고 수천 명이 피가 섞여 나오는 설사병을 호소했다. 또한 2010년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 테네시 등 미국 4개 주에서 약 30명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3명이 신부전으로 악화된 사건의 원인도 오염된 상추였다. WHO에 따르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사례는 2010~12년 3개 국가에서 5건이 보고됐으며 루마니아에서는 발병의 원인으로 유제품이 추정됐다. 장출혈성 대장균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 육류는 물론 오염된 물, 핫도그, 치즈, 우유, 과일, 채소 뿐 아니라 사람의 손이나 조리 기구를 통해서도 전파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2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앞의 여아의 경우 초기 진료 당시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현장 조사나 역학 조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햄버거병’ 논란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햄버거 포비아’는 분쇄육과 덜 익힌 고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또한 나아가 햄버거 포비아가 외식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요식·급식업체의 조리 과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며, 정부 차원의 식재료 관리 및 조리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김서희(청주대)대학생기자
⁜그 동안 청춘포커스 코너를 맡아 시사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정리해준 김서희 대학생기자가 학업 관계로 기고를 중단함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옥고를 기고해주신 김서희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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