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정보에 대한 불투명성

지난 2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오전 11시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여당과 함께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할 것으로 밝혔다.

 인하안에는 휴대전화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확대하는 방안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슈가 되었던 기본료 폐지는 통신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제외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기본료의 제한적 폐지보다는 25% 요금할인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취약계층에 한해서는 기본료 1만 1천원 폐지 수준에 준하는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요금할인이 상향될 경우 LTE 데이터 요금제에서 기본료 폐지 이상의 할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판단이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이와 같은 내용이 현실화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원금의 할인 수준이 15%로 요금할인보다 낮은데 요금할인율이 오를 경우 지원금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며 단통법의 취지에 맞추려면 오히려 할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신사의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장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나눠서 부담하는 단말 지원금과 달리 요금할인은 이동통신사가 전액을 부담한다. 요금할인은 당장 매출 감소로 이어져 할인율이 올라갈수록 이동통신사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하는 가입자도 늘어난다. 대신증권은 요금할인 가입자가 현재 27%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할인율이 25%로 늘어날 경우 연간 매출 감소분이 3천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20% 할인만으로도 매출 부담이 큰 상황에서 25%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가뜩이나 고가 단말기로 부담이 많은데 요금할인 확대는 통신사에만 통신비 인하의 짐을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통신업계가 그동안 독과점 체제를 이용해 소비자 혜택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들은 단말기 가격이 치솟아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동사가 단통법 시행으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현재 통신업계를 향한 비판에는 이동통신이 도로나 전력 같은 필수 서비스가 된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의 이익 추구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깔려있다”며 “선택의 폭이 제한된 시장에서 통신사가 자사 이익만 극대화하는 현실이 다수의 소비자에게 불합리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담합 의혹도 통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참여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 담합 의혹을 신고했다. 또한 녹색소비자연대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기계 가격이 이동통신사의 약정폰보다 비싼 것과 관련해 제조사와 통신사 간 담합이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사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외부에 맡긴 상태다.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는 2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14만 4천 원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소득대비 통신비 지출이 가장 많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본료 폐지가 담긴 통신료 인하 방안을 마련하라고 미래창조과학부에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비 원가 공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요금 원가는 기본적으로 영업전략이 담긴 비밀이어서 공개하게 되면 실적에 큰 타격이 크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 서비스는 국민생활의 필수재로,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통신비 인하 논란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결국 정보의 불투명성에 원인이 있다. 기업이 영업 비밀을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한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통신비는 추정조차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만 알고 소비자들은 모르는 통신요금. 통신비 인하의 이슈 속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통신사의 영업비밀 사이에 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