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남계룡리슈빌어린이집 졸업식
어린 제자들을 더 큰 세상으로 보내야 할 시기가 되면 왠지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처음에는 부모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매달리던 아이들이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을 하여 즐겁게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졸업이 가까워 매일 만나던 아이들을 더는 매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속이 아리다. 울며 첫 등원을 한 아기를 어르고 달래어 놀아주기 바쁜 교사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다. 1년이 지난 후 형님 반이 되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면, 처음 왔을 때 와 비교가 안 되게 의젓하게 자란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우리 어린이집은 어린 영아들이 많은 어린이집이다.

농부가 처음 씨앗을 뿌릴 때의 심정으로 매일 아이들과 만난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농부는 비닐하우스 속에서 고운 흙을 포트에 일일이 손으로 담는다. 가지런하게 놓인 판에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구멍을 내고 정성을 다하여 씨앗을 심는다. 추운 날씨에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물도 필요하지만 알맞은 온도 조절이 가장 중요 하다. 온도 조절을 위해 덮개를 열었다 닫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을 반복한다. 하루 이틀 지나 씨앗이 싹을 틔워 뾰족하게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씨앗이 싹을 틔우듯 사람은 태어나서 3살 무렵까지 애착 형성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일 애착 형성(1~3세)기에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평생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기에게 애착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에 만나는 선생님의 역할이 생애 발달 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때 선생님은 아기들과 좋은 애착 관계가 생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 수저질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입에 넣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더 많다. 걸음이 서툰 아이들과 산책하러 나가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선생님은 쫓아다니기 바쁘다. 대소변가리기도 못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수저질을 해서 밥을 먹고 친구들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나고 나면 우리 아이들은 제법 튼실하게 자라서 좀 더 큰 틀로 옮겨 심을 준비를 한다.

  잘 가꾼 모종을 옮겨심기 위해서 언제가 좋을지 몇 날을 고민한다. 비가 촉촉이 내려 땅이 물러졌을 때 모종은 옮겨진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잘 살 수 있다. 사람을 키우는 나의 마음은 농부의 마음과 같다. 나의 어린 제자들도 옮겨진 곳에서 튼튼하게 자라 꽃 중에 가장 아름답고 향기 나는 꽃을 피울 수 있기를 소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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