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와는 다른 실효성 논란 제기되기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이하 전안법)’은 전기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의류와 잡화 등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품질 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을 합친 법이다. 이 법으로 기존에 전기용품에 적용되었던 KC 인증 대상이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에까지 확대됐다. KC(Korea Certification mark) 인증은 국가통합인증마크로 특정 제품을 유통 판매하려 할 때 제품에 반드시 표시되어야 하는 마크로, KC 인증이 없을 경우 제조·수입·판매·구매대행·판매중계 등의 행위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홈페이지에 KC 인증 관련 정보를 게시해야 하며 소셜커머스, 종합몰 등 국내 인터넷 쇼핑몰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전안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인터넷쇼핑몰, 개인 판매자, 소상인 등이 피해를 호소하며 법의 시행 철회 및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으로 인해 KC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의류의 경우 인증 비용이 발생한다. 제조업체의 경우 원단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 여러 원단이 사용된다면 원단이 사용될수록 인증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옷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는 KC 인증이 확인된 옷만 취급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인증 장비를 갖추고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외부 기관에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비용 부분에서 부담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인증 과정에서 최소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생산 원가의 증가로 이어짐에 따라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기존에 전기용품, 세제에도 KC 인증 마크가 적용되었지만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이 발화하거나 유해물질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제품 안전에 대한 인증이라는 취지와 달리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전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14만여 명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구매대행 카페에서도 최근 카페 명칭을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 등으로 바꾸고, 법률대리인을 통한 헌법 소원 준비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준비 중이다. 이에 맞춰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최근 국가기술표준원과 긴급회의를 갖고 현재의 전안법이 갖는 부당함은 물론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으며, 온라인 구매대행업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안영신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장은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전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1일, 바른정당은 2월 중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 전안법 시정을 추진하고, 필요할 경우 폐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하루 전날에는 남경필 바른정당 경기도지사가 전안법이 국민의 여론을 살피지 않고 만들어진 법이며, 관련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한국패션산업그린포럼이 주최하고 소상공인연구원 주관으로 ‘전안법 시행에 대한 대안 모색 간담회’가 열렸다. 이어 9일에는 ‘전기안전법 논란, 끝장 토론’이 열려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안법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자 국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의류업체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자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1월 28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법을 일부 품목과 조항에 대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1년의 유예는 제조업체가 안전성을 확인한 증빙 서류를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과 인터넷 판매 사업자의 제품 안전 인증 정보 게시 의무 규정에 대한 유예 기간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로 의류·잡화를 판매하는 여러 업체들은 판매를 중단했는데, 전안법을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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