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기부하려는 생각을 한 것은 정말 우연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를 선호하게 되어 열심히 기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어떤 아이가 모발기부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그런 멋진 생각을 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서 엄마와 상의하며 나도 기부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머리를 기르는데도 조건이 있었는데, 25cm 이상의 약품처리(파마, 염색, 매직 등)를 하지 않은 자연모발만이 기부될 수 있다. 그 이유는 항암치료 중 탈모가 발생한 소아암 환아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머리 스타일로 하기 위해서는 최소 25cm가 넘어야 하고, 만약 약품처리를 한 모발이라면 가발을 만들 때 열처리를 했을 때 다 녹아버리기 때문에 가발을 제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모발은 처분될 수도 있어서 내가 머리카락을 기를 때는 정말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가장 긴장했을 때는 머리가 상했을 때였

다. 허리와 어깨 사이쯤의 길이 때는 별로 머리카락의 상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허리쯤의 길이가 되자 조금 무리가 되었는지 살짝살짝 끝이 갈라지기도 했었다. 그때는 정말 기부를 못하게 되는 줄 알고 조금 슬펐지만 주변에서 계속 괜찮다고 용기를 주고, 머리상태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정보를 찾아보니 머리가 상한 것에 대한 조건은 없어서 안심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되었을 때는 조금 낯선 느낌이 들었다. 주말에 미용실에서 머리카락 길이를 재고 고무줄로 묶어서 가위로 빠르게 자르는 데, 묘한 기분이었다. 평소에 자르던 방식이 아니라 거침없이 싹둑 잘라버려서일 수도 있고, 거울 속에서 짧아지고 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있어서 일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두 잘라서 가볍냐고 물었지만 난 딱히 가볍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하지만 확실히 허전하면서도 시원했다. 생각해보니 기대도 컸던 것 같다. 주말이 끝나고 학교에 간다면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해줄까? 한순간에 바뀌어 버린 내 모습이 이상하진 않을까? 하

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응이 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의 머리스타일이 전보다 더 좋고 밝아 보인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의외로 나의 마스코트인 긴 머리가 사라져서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의 반응들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던 일은 역시 내가 기부하기를 마음먹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성취해낸 것이 아닐까? '기부는 이래서 하는 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보통 가발 1개를 제작할 때 약 30~40명의 모발을 쓴다고 한다. 머리가 긴 친구들은 기부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만약 자신도 기부하고 싶은데 머리 길이가 짧아서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은 모발 기부 외에도 방법이 여러 가지 있으니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기부참고사이트: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http://www.soaa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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