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부터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파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의 불편함도 커지기 마련인데요, 이번에는 파업의 원인인 성과연봉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성과연봉제란 노동자를 평가하여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로 나눠 월급을 차등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잠깐, 일 더 열심히 한 사람에게 돈 더 주고 더 안한 사람에게 덜 주겠다는 것이 성과연봉제라면 당연히 시행돼야하는데 왜 반대할까요?

코레일이 노동자들과 합의도 않고 일방적으로, 강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또, 성과연봉제가 철도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일 잘한 사람에게 월급을 더 주는 것이 철도안전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한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철도의 왕국인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JR서일본이라는 회사가 관할하는 후쿠치야마선에서 발생한 탈선사고입니다. 2005년 4월 25일 출근시간, 열차는 곡선구간에 들어가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약간 기우뚱 하더니 결국 탈선합니다. 최종적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왜 기관사는 곡선구간에서 감속하지 않았을까요?

열차의 지연시간, 겨우 2분 때문이었습니다. 이타미역에서 기관사는 정차위치를 초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다시 정차위치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열차는 1분 40초 지연되었습니다. 기관사는 정차위치 초과로 생긴 지연을 회복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겨우 2분 늦었는데 왜 무리하면서까지 회복하려고 했을까요? 철도정책객원 연구위원이신 박흥수 기관사님에 따르면 JR서일본의 노동환경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열차를 지연시킨 기관사를 저성과자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정차위치를 초과하는 것을 철도용어로 “오버런”이라고 하는데요, JR서일본은 기관사가 오버런을 하면 재교육에 회부시켰습니다. 이는 사실상 징계에 가까워 심리적 압박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11개월차 초보 기관사였습니다. 따라서 재교육, 즉 징계에 대한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고, 끝내 감속하지 않은 것입니다. 2007년 일본국토교통성은 “과도한 수익 위주의 기업체질과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는 환경”이라는 사고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코레일에 따르면 운행이 줄어든 대표적인 열차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입니다. 허나 이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애초에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열차입니다. 그렇지만 공익을 위해 운행을 해왔습니다. 반면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KTX는 100%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철밥통 노조”가 있는 공공기관의 현실이 이렇습니다.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를 해고함으로써 “수익을 내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입니다.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효율성도 수익도 아닌 공공성입니다. 따라서 공익을 위한 철도에서 수익이라는 것은 절대로 우선시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울 2호선 구의역 사고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안전을 뒤로하고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했습니다. 그 어떤 장점을 가진 제도라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해도 철도안전을 조금이라도 위협한다면 그 제도는 시행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말 도입해야 한다면, 철도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보완하여 도입해야 합니다. 이전에 철도신호를 다룰 때 여러 번 강조했지만, 철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2분 때문에 저성과자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운 기관사가 곡선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정확하지만 위험한 열차와 기관사가 부담없이 운행하는, 조금 늦어도 안전한 열차중 여러분은 어느 열차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 기간이 한 달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진행되는 파업입니다. 좀 불편하신 점이 있더라도 이해하시고 적극 지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노사간 합의가 잘 이루어져 파업이 속히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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