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논란 속 풀리지 않은 의혹


  지난달 최순실 사건이 언론에 쉴 틈 없이 오르내리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의 입학과정을 비롯해 학사과정 전체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유라는 승마 특기생으로 2014년 9월에 실시된 2015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로 지원해서 합격했는데 이때 수시 모집요강이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였다. 그런데 정유라는 9월 2일에 있었던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 승마에서 금메달을 따서 그 실적으로 입학을 했다. 또한 출석 역시 특혜를 받았는데 2학년 1학기에 거의 출석을 하지 않았는데도 학사경고를 면했다. 
  
  수업에 제출한 레포트와 성적도 문제가 됐다. 기한도 넘기고 블로그 글을 거의 베끼다시피한 리포트 1페이지를 제출하고도 C+학점을 받았다. 게다가 레포트에 문법적으로 엉망인 글, 욕설까지 포함되어 있었는데도 담당교수는 질책은커녕 일일이 오타를 수정해주는 친절을 베풀었는데 이에 재학생들은 분노했다. 다른 두 과목에서는 아예 레포트 자체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C, C+학점을 받았고 의류산업학과 전공수업 역시 출석+작품전시가 전무했음에도 학점을 챙겨가서 수업을 들은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는 더 문제가 되었는데 체육전공이라면 리포트+출석 대체가 인정될지 몰라도 다른 과의 전공과목까지 이런 식이라면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사태까지 이르자 교수들도 총장을 규탄하고 나섰고 결국 총장은 사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이후에도 이화여대 교수 200여명은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특혜입학 비리해명”, “학사운영 정상화”, “총장선출제도 민주화”, “학생안위보장”, “독선과 불통은 이제 그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모여 규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지난달 24일의 JTBC 보도는 한국 사회에 논란을 가져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내외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비서진 이사와 관련된 문서가 최순실에게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고 최순실의 첨삭에 따라 연설문 등의 일부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JTBC 보도가 발표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취임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최순실에게 일부 자료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며, 청와대 보좌관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은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의 컴퓨터에 지정된 청와대 저장된 청와대 관련 파일은 400개고, 연설문이나 공식발언 내용을 담은 문서는 44건이나 됐다.
  특히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료 중에는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접촉을 했다’는 민감한 대북정보도 있었다. 최순실이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인사와 관련된 문서를 미리 받아보는 등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순실이 단순히 연설문과 홍보문을 보고 시중 여론을 전달하는 수위가 아닌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과 의혹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연설문 첨삭이 멈췄다고 했지만, 최순실이 본 마지막 문건은 2014년 7월 문건이었다. 박 대통령 해명대로라면 취임 후 무려 1년5개월이나 보좌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또한 ‘국정 농단’, ‘국기 문란’ 의혹은 그대로 남았다.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관여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논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학사부정 등은 최씨 위세가 계속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 후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대학교수·학생·시민들이 거리투쟁을 벌인데 이어 시국선언을 하고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순실 사건을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제도적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주목했고, 이번 사태에 대해 빠르게 보도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최순실 사건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또 어떠한 사실이 밝혀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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