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김영란법’ 본격 시행,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동참 필요

지난달 2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김영란 전 국민권위위원장이 최초로 발의하면서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공직자들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의 금지 항목이다.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만약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이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후에도 부정청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또한 제3자를 위하여 부정청탁을 한 자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부정청탁을 한 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직자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 금지 항목이다. 공직자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 여부를 불문하고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금품 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위반행위 신고 및 신고자등의 보호에 관한 내용이다. 누구든지 이 법의 위반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 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또한 부정청탁을 신고한 공직자 등,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신고ㆍ인도한 공직자 등 또는 이 법 위반행위를 신고한 자 등에 대해 불이익조치 금지, 신분 비밀보호, 책임감면 등의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언론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대상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구내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회의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시청사 2층 대중교통과 입구에는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청렴 의지를 다지자는 뜻의 '역지사지 청렴거울'이 설치됐다. 각자 계산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계산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송금까지 바로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언론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부 농ㆍ수ㆍ축산업계와 고급 한정식, 골프장 등의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 성장률을 낮추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에 일부 업종에서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저물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해석도 등장했다. 또한 대학에서는 관행처럼 이어오던 ‘취업계(졸업 전 취업한 학생들에게 대체 과제물을 통해 학점을 주는 관행)’나 ‘거마비(논술 심사 시 교수에게 지급하는 돈)’ 문제들에 따라 당장 학칙개정이 요구되는 등 아직 불충분한 권익위의 매뉴얼만으로는 교육계 전반에 퍼진 개별 사례들을 모두 대처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제도의 시행에 따라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가 등장했다. 란파라치가 등장한 것은 바로 억대의 포상금 때문이다. 위반 사례를 적발해 신고하면 포상금은 최대 2억원, 보상금은 최대 3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란파란치 양성 학원도 생겨 김영란법 위반자를 손쉽게 단속할 수 있는 비법 등 이론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수강생들은 안경, 가방 등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해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에 나가 위반 사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란파라치가 등장함에 따라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자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하면 공직사회가 지나치게 움츠러들고 법 적용 대상자와 주변인들의 사생활까지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허위 제보일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포상금만을 노린 무분별한 란파라치 활동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김영란법의 시행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됐던 비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게 청탁이나 접대 없이도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가 이뤄지도록 제도와 관행, 의식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法 10계명
① 기본 중 기본은 ‘3·5·10만원’ 법칙이다
- 공직자에게 식사·선물·경조사비 제공 땐 각각 3·5·10만원 이하로
-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공직자는 소속 기관까지 처벌 ‘엄벌규정’
② 죽마고우라도 ‘직무관련성’ 있으면 식사 3만원 이내로
- 김영란법에서는 ‘직무관련성’ 관련해 친분관계 고려 안 해줘
-고교동창 사무관·기자·교사 만나도 한 명이 3만원 넘겨 대접 안 돼
③ 애매할 땐 무조건 ‘더치페이’하고 영수증 챙겨야
- 누구를 만나든 자기 밥값 자기가 내면 문제 안 돼
- 이해관계(인허가 등) 있는 공직자 만날 때는 3만원 식사도 불허
④ 결혼·장례 이외엔 경조사비 안 된다
- 승진·돌잔치·생일 등 여타 경조사 때에는 경조사비 수수 불허
- 결혼·장례 때 10만원 넘는 경조사비 받으면 초과분 돌려줘야
⑤ 결혼식 때 식사대접 3만원 넘어도 돼
- 결혼식·장례 때는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3만원 초과 식사는 허용
⑥ 식사·선물 같이 대접할 땐 합쳐서 5만원 이하로
- 식사비용은 3만원 이내로, 선물비용은 ‘5만원=식사비용’으로 제한
⑦ 처음 청탁은 거절, 두 번째는 기관장에게 신고
- 1차 때는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명확한 거절, 2차는 서면 신고해야
- 이를 어긴 공직자는 내부적으로 징계당할 수 있어
⑧ ‘입원, 검사 빨리받도록’ 부탁 이젠 안돼
- 환자 보호자가 병원 지인에게 부탁하면 최고 2000만원 과태료
- 국공립, 사립 대학병원은 적용, 민간병원은 적용 안 돼
⑨ 아이 담임 만날 땐 교무실에서, 공개적 민원은 괜찮아
- 상시적으로 학생 평가하는 교사에겐 커피 한 잔도 주면 안 돼
⑩ 부정청탁 말만으로도 위법, 애매한 부탁 안 꺼내야
- 청탁 성사 여부는 중요치 않아, 본인 위한 민원일 때는 처벌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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