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 사생활 침해 우려

대학들이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소위 ‘갑질’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거 적발됐다. 점검 항목은 과도한 위약금 적용, 비어있는 개인 호실 불시 점검, 정산금 자연 반환, 과도한 위약금, 임차 건물 내 개인 소유물 임의 처분, 부당한 재판 관할 등 총 5가지다. 적발된 대학은 서울대·강원대·부산대·공주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충북대 등 국공립대 8곳과, 경희대·건국대·고려대·단국대·성균관대·순천향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 등 사립대 9곳이다. 이들 17개 대학 모두 5개의 항목 중 적게는 1개부터 많게는 3개까지 해당됐다. 이들 중 11곳은 입사 후 학기 중반이 지난 뒤 중도 퇴사할 경우 기숙사비를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도 퇴사해도 다른 학생들을 선발해 손해를 메울 수 있었지만 환불 가능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적용해 약관법을 위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국 국·공·사립대학교 총 17개 기숙사의 이용약관을 점검한 결과 5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숙사에 입실한 뒤 도중에 방을 비우게 된 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환급하지 않고 위약금을 과도하게 부과해온 서울대·연세대 등 11개 대학기숙사 약관이 위약금 공제 후 잔여일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학생이 강제퇴사 조치될 경우 기숙사비를 전액 환불하지 않도록 한 서울대·중앙대 등 8개 대학기숙사 약관은 일정 위약금을 공제한 잔여금액을 환불토록 수정됐다.

특히 비어 있는 방을 불시에 점검하는 등 학생들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는 조항이 포함돼 대학 기숙사들의 ‘갑질’ 논란은 더욱 거세졌으며, 총 8개 대학이 이와 같은 약관을 적용해오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들 대학에 향후 방 점검을 실시할 때는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이 방에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게 약관을 고치도록 했다. 다만 불가피하게 빈 방을 점검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약관에 기재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사후 통지하게 했다.

이외에도 대학들은 관리비·보증금 등의 정산금을 학생들이 기숙사를 나간 뒤 상당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돌려주고, 학생 개인 소유물을 기숙사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을 운영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적발된 대학 17곳은 모두 공정위의 약관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자진 바로잡았다. 현행 주택법 기준인 10% 정도의 위약금만 물도록 약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학생이 중도에 퇴사할 경우라도 대학기숙사 측은 새로운 학생을 받아 손실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약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기숙사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권익을 높이고,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등록금도 만만치 않은데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가 멀다면 주거비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기숙사 사용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기숙사들의 ‘갑질’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재학생이다 보니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