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짱구짱아

“양말 꼭 챙겨 신어야 해~”
네~ 대답은 해보지만 양말도 벗고 긴 가디건도 던지고 수돗물에라도 발을 담그고 싶다.
100년 만의 폭염이라 했다. 여름이니 당연스레 하는 말이겠지. 여느 여름과 비슷하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만만치 않은 여름을 만삭의 몸으로 7월을 보내고 몸조리하며 8월을 견디고 있다. 만삭의 몸일 때는 그래도 시원하게 에어컨도 즐겼지만 힘든 몸으로 수유하며 아이의 재롱을 약으로 먹으며 나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폭염도 즐겨보는 정말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된 지 한 달.
내 신랑 생일 즈음 내어난 나의 아들 짱구를 보니 내 시엄마도 내 남편을 이렇게 낳아서 길렀겠구나 싶다. 한여름에 아들을 낳고 여름이라 얇은 양말 신고 다닌 것이 지금도 초가을 찬바람만 불면 발이 시려 드라이기 뜨거운 바람에 발을 쬐는 시엄마. 혹시나 여름 출산 한 며느리가 자신처럼 찬바람에 힘들까봐 두꺼운 양말을 들고 따라다니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신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그의 가족까지 익숙해지고 이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들.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갈 즈음.
아이의 탄생은 나에게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다.
낯설지 않으려 노력했던 가족들과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가 생기고 내가 낳은 나의 아이를 마음 깊이 반가워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한껏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진심으로 더 사랑하고 더 사랑받는 사람도 되었다. 시댁이라는 어려운 이름도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쁘게 맞이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내가 태어나 받아 온 가장 큰 선물은 엄마였지만 버금가는 또 하나의 선물로 남편을 만났고 우리 모두에게 온 이 아이는 나의 새로운 울타리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불편해도 이유 없이 참게 하는 내 아이. 태어나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어디서 배웠는지 땡깡을 부려도 뜨거운 오줌세례를 주어도 한 번 씨익 웃어주면 모든 불만을 없애주고 사랑스럽기만 한 무서운 내 아이. 그 여름 나의 남편을 이렇게 낳아 길러주신 내 시엄마의 마음을 알아채 버렸다. 이런 마음으로 아들, 아들 하시는구나!!! 올해는 남편 생일날 내 몸조리로 맛있는 미역국을 손수 끓여주셨지만 내년 남편 생일엔 진심으로 감사한 미역국을 시엄마께 직접 끓여드리고 싶다.

우리집 짱아였던 나에게 내 아들 짱구가 생겼다.
아이라는 선물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한다. 더 인내하게 만들고 더 많이 행복하게 해준다. 내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준 나의 2세와 함께 견디는 이 여름을 감사하고 또 감사해 본다. 아가 짱구야. 우리 내년 여름엔 에어컨 빵빵 전기세 폭탄 한번 맞아보자꾸나!!!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