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현장 혼란,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나와

지난달 정부는 7월부터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의 종일반 기준을 완화하기로 밝혔다. 맞춤형 보육은 만 0~2세 영유아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누는 제도로, 종일반은 맞벌이 부부와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다자녀가구의 기준을 3자녀까지로 규정했지만 이번에 어린이집 0세반(0~24개월)과 1세반(24~36개월) 2자녀 가구도 종일반을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맞춤반의 기본보육료를 삭감하지 않고 2015년 대비 6% 인상해 지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올해 말 기준 종일반 비율은 약 80%,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전년대비 평균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일반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종일반의 비율도 확대될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종일반의 신청비율은 73%로, 정부는 종일반의 비율을 80%로 책정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맞춤반 기본보육료는 종일반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보육료는 기본보육료와 부모보육료로 나뉘는데 맞춤반은 두 가지 보육료 모두 종일반의 80% 수준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기본보육료는 손대지 않고, 부모보육료만 삭감하기로 했다. 0세반을 기준으로 보면, 맞춤반 보육료는 73만9000원으로 종일반(82만5000원)의 90%로 결정됐다. 맞춤반에 지원되는 긴급보육바우처까지 포함하면 79만9000원으로, 종일반과는 2만6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맞춤반 기본보육료의 인상에 대해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비정규직 등 증빙이 쉽지 않은 분들이 종일반 보육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협조해 증빙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진엽 장관은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어린이집의 운영시간, 운영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에 표준보육비용 연구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약 3만 어린이집을 회원으로 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복지부가 종일반 자격 기준 중 다자녀 기준 완화와 기본보육료 인상 등에 대한 개선안을 수용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맞춤형보육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보건복지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개선하며, 휴원, 단식 등 모든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제도 시행에 협력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산하 가정분과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역시 이와 같은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의 민관분과이자 약 1만 5000개의 어린이집을 회원으로 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일단 7월1일과 4일에 예고했던 2차 집단 휴원을 연기하기로 했지만 오는 9월 소속 어린이집이 참여 속에 6개월 장기 휴원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장진환 회장은 "맞춤형 보육은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장진환 회장은 "맞춤반 보육료를 동결하고 다자녀 가구 조건을 완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보육현장에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민간 어린이집이 아니라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도 시행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내달 중순께 전국 회원 어린이집의 6개월간 휴지 신청서를 받아 오는 9월부터 일제히 휴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단체의 상반된 반응에 이들과 협상을 진행해 온 복지부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일부 단체라고 보고 있으며 어린이집 정원 규모가 가장 큰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어린이집 정원 규모가 가장 작은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가 정부 수정안에 공감을 했기 때문에 맞춤형 보육은 잘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방안을 어린이집이 받아들이면서 제2의 보육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육교사와 학부모의 요구사항은 빠져 있어 ‘보육의 질 제고’와 ‘일·가정 양립’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어린이집의 원장은 이 제도에 대해 충분한 준비와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으며, 교사·학부모 등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사들의 업무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집 교사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도의 실행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아이들 간에 차별이 생길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학부모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정부의 '맞춤형 보육 사업'이 예산 지원을 더 받으려는 어린이집과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편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여성가족부 결산심사에서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 사업에서 예산을 더 받기 위해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여성가족부 사업을 편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지원금이 더 많은 종일반 대상자를 선호하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부모들은 편법 구직서류를 제출해 종일반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